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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0173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4
제1부
이제 바퀴를 보면 브레이크 달고 싶다 ● 12
어느 장수말벌의 주검 ● 14
폐타이어를 끌고 달리는 아이를 보며 ● 16
창의력 ● 18
거룩한 삼겹살 ● 20
신식 차례 ● 22
루시 ● 24
체 게바라 ● 26
나는 조선 왕조의 후예는 아니다 ● 28
서울은 집이 산다 ● 30
더러운 비둘기 ● 32
목축의 시간 ● 34
참새와 직박구리 ● 36
거꾸로 가자 ● 38
절대루 ● 40
제2부
하회마을 처마 밑에 걸린 작은 밥상들을 보며 ● 42
청권사淸權祠를 지나며 ● 44
구두 ● 46
에밀레종 소리 ● 48
호박 눈썹 나물 ● 50
금오신화 ● 52
정전 ● 54
습관이 우울하다 ● 56
동백나무에도 내장이 있구나 ● 58
시경詩經을 읽으며 ● 60
남해에서 ● 62
매직 아워 ● 64
방위 그리고 봄 ● 66
제3부
창호지 쪽유리 ● 70
추억 ● 71
동지 ● 72
중환자실에서 ● 74
추억은 진보한다 ● 76
나나 무스꾸리의 하얀 손수건 ● 78
외할아버지 미루꾸 캬라멜 ● 80
오래된 수건 ● 82
내소사에서 그 무거운 돌들을 왜 지고 내려왔을까 ● 84
어릴 때는 왜 그렇게 귀신이 많았을까 ● 86
겨울밤 ● 88
난쟁이 ● 90
그 많던 다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 92
지금도 물레 돌리는 옹기장이를 보며 ● 94
제4부
아버지 수염은 지금도 자라고 있을까 ● 98
삶은 계란 ● 100
고무줄로 묶은 트랜지스터라디오 ● 102
내가 옛날 트로트 노래 좋아하는 것은 ● 104
어머니는 비밀번호가 없다네 ● 106
장모님은 꽃 전도사 ● 108
우리 장모 괜찬해야 ● 110
장모 삼우제날 ● 112
역사 ● 114
오래된 지명 ● 116
겨울 까마귀 ● 118
발문__ 유령, 혹은 잊어버린 존재의 목소리 | 김진경 ● 119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대 그리운
목축의 시간이여
가난했지만 한가로웠던
그 목축의 시간이여
뒤뚱뒤뚱 재봉침 의자에
까치발로 올라서서
나비 모양의 쇠걸개로
드르륵드르륵 태엽 감아 돌리던
괘종시계
보름치였던가 한 달치였던가
시곗바늘이 느려지면
시계가 배고픈가 보다
시계 밥 좀 줘라 아버지 말씀에
드르륵드르륵 밥 주던 시계
긴 시계불알로
뎅뎅뎅 종소리처럼도 울었던가
대청마루 까만 마룻바닥
그 적막 속을
가난한 하루가 가고
지금은 시간이 나를 먹는가
시간이 나를 몰고 가는가
그러나 마른 벌판에 나 홀로 서 있어
-「목축의 시간」전문
짧게 가자
빠르게 가자
무의미하게 가자
그녀는 잊기 위해서 드라마로 간다
그녀는 알레고리에 익숙하다
판타지에 익숙하다
리얼리즘은 천박해
부담스러워
상징적으로 가자
모자 쓰고 가자
가리마도 가리고
바로 클라이맥스로 간다
한일강제합병은 모른다
진주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온갖 암호와 예측에 충분히 익숙하다
나는 거꾸로 가자
예측 불가능하게 가자
벌거벗은 몸뚱이로 가자
저 강변 항하사 같은 금모래밭
남풍에 반짝이며 팔랑이는 미루나무 이파리
그 오르가슴을 나는 잊지 못한다
-「거꾸로 가자」전문
전철을 기다리다
우연히 들여다본
내방역 주변 지역 안내도에
작은 글씨로 희미하게 박혀 있는
옛 지명들
뒷골 너른골 찬샘골 장아뜰
벌말 벌모롱이 구렛논 뱅돌래미
가꿀고개 오르메 도구재
사궁길 사복촌 새텃말
내방역 주변 마을
옹기종기 정겹던 옛 이름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산책 다니던 골목골목의
옛 이름 맞추어보며
흥분되고 신이 나서
전철 몇 개 지나쳐 보내면서도
다시 땅 냄새 맡은 듯
물 냄새 맡은 듯
나는 땅속을 달리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와 강철재를 부수고
땅 위에 땅 위의 옛 마을들과
고샅길과 시냇물과 고갯길을
머릿속 환히
다시 세우고 있다
-「오래된 지명」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