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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898878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3-01-20
책 소개
목차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수선화 그것이 보고 싶다 12
목마른 매화나무 14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온 달빛 16
여의도공원 히어리 18
산국 20
곰취가 꽃을 피웠네요 22
풍탁 24
왕궁리 똥막대기 26
지금 코카서스산맥 너머에는 29
박수근 나무 30
아무도 튤립나무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없었다 32
하얀 인터넷선 34
메르세데스-벤츠 빌딩 앞 풍경 36
우크라이나산 기장밥을 먹으며 38
해바라기는 검은 얼굴을 가졌다 40
고독한 시위자 42
제2부
정오에 걷는 방배로 46
한 사람이 섬이 되었다 48
메쉬펜스 오르는 메꽃 50
45년 된 삼호아파트 벚꽃 52
산촌집 목련나무 53
딱 열한 송이 54
무관심이 행복한 꽃 56
땅강아지도 떠났다 58
대지이용원 앞 냉이꽃 60
붉은 벽돌 틈에 노란 괭이밥풀꽃 62
전봇대 위의 솜틀집 64
차도 옆 화단에 고들빼기 66
우리 동네 다이소 68
어머니의 금이빨 70
길거리 구두수선방 72
나도 모르게 뒷짐을 진다 73
제3부
불량한 참외들 76
소소한 감정은 얼마나 먼 거리냐 78
캘린더는 추분 나는 80
구상나무의 떼죽음 82
계약 재배 장다리꽃밭 85
고사리꽃 86
누렁소와 참새 88
고놈들 눈빛 때문에 90
웨하스 한 봉지에 소주 한 병 92
세월 건너는 섬 94
동강할미꽃 96
꽃망울만 발롱발롱 98
내 이름은 아이리스 99
이제 소를 보려면 마트에 가야 한다 101
제4부
아득이 지명 104
꼴두바우 진달래꽃 106
몽마르뜨공원에는 아카시아꽃 향기가 숨어 살지 108
콜롬비아산 백장미 110
도팍골 돌담길은 경계가 없다 112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 114
글씩이모팅이 116
우리 동네 쇠면이 118
오리산은 배꼽산 120
고성 아야진항 122
감귤나무의 북상 123
봄날 이수나루터 126
서래섬은 추억 속에 붐빈다 128
방배동 새말어린이공원 130
똥그랑산 혹은 쪽박산 132
도구머리 고갯길 134
ㅣ시작 노트ㅣ 시의 생태적인 회복을 꿈꾸며 137
저자소개
책속에서
<해바라기는 검은 얼굴을 가졌다>
한 우크라이나 할머니가
완전 무장한 러시아 병사에게 다가가
네 주머니에 해바라기씨나 넣어둬라라고 말했을 때
검은 해바라기씨는
저격수의 총알보다도 더 깊숙이
러시아 병사의 가슴을 뚫었다
너는 살아 돌아가지 못할 거야
네가 이 땅에 쓰러지면
네 시체는 썩어 그 속에서
해바라기가 자랄 테니
네 주머니에 해바라기씨나 넣어둬라
이 파시스트 점령군아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이탈리아군이 쳐들어왔을 때도
수백만 명의 병사들이
이 검은 땅 위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
눈 덮인 시체마다
검은 해바라기씨를 입에 물었다
광활한 흑토지대
검은 땅에 부러진 창처럼 박힌
해바라기는 봄이면 노란 꽃 피우고
가을이면 눈물처럼
얼굴 가득 검은 씨를 맺어
우크라이나 평원을 덮었다네
지금 다시 너는
러시아 병사의 이름으로 오고
검은 수렁을 탱크가 휘젓는다
그러니 네 주머니에도 해바라기씨나 넣어둬라
네 주검 속에서도 봄이면 해바라기
운명처럼 푸른 싹을 틔우리라
<한 사람이 섬이 되었다>
누구나 외로우면
섬이 된다
차들 쉬임없이 내달리고
사람들 물밀듯
건너가고 건너오고
발자국 아무리 많아도
외로우면 섬이 된다
바람 불지 않아도
물결 찰랑이는 갯바위처럼
혼자 섬이 된다
이수역 사거리
느티나무는 노란 단풍잎 날리고
비둘기는 보도 위를 아장거리는데
벤치 위에 소주병 하나 뉘어 놓고
한 사람이 신문지로 얼굴을 덮고 잠들었다
누구도 외로우면
섬이 된다
흘러가고 흘러오는 사람의 물결 속
구두 뒤축 꺾어 신고
한 사람이 섬이 되었다
<글씩이모팅이>
남해섬 이동면 석평마을
글씩이모팅이는
글씬몽팅이라고도 불렀는데
해안에서 돌아 들어가는 산모퉁이
큰 바위에 글씨 새겨져 있어
글 쓰인 모퉁이가 변하여
글씩이모팅이가 되었다는데
지금부터 20여 년 전만 해도
국도 확포장 전만 해도
향을 두룡개 아래에 묻어
미륵부처님께 바친다는
한문이 새겨진 바위가
길 바로 옆에 있었다는데
유식한 이라면 매향비라 불렀을 텐데
무식한 이에게는 그냥 글씨 쓰인 바위
글씨보다는 마음
갯벌에 향나무를 묻어
천년이면
미륵님께 올릴 침향이 된다고 믿었던 마음
미륵님 기다리던 마음
이제 오랜 세월 지나
단지 천년의 향기
기다리던 마음만이
길모퉁이에 서서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