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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66550388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_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부 삶
당신의 삶에서 당신의 철학을 본다
대학의 앎은 우리의 삶을 구원하는가
탈시설, 그 ‘함께-삶’을 위하여
밤에 열린 어느 장애인 학교
2부 사건
책을 읽어주던 남자
_배움의 사건으로서의 책 읽기
민주주의, 그 새로운 무한정성
_월가 점거운동에 대한 하나의 보고
점거와 총파업
_장애인 운동으로부터
탄원하는 노인들
3부 사람
헤아릴 수 없는 이름, 전태일
김주영, 그의 삶과 용기를 기억하라
우리의 투쟁은 생명의 저지선을 함게 만드는 일이다
_쌍용자동차 고동민
당신의 일, 그게 바로 내 일이다
_청년유니온 김영경
이 싸움엔 별수 없는 내 몫이 있다
_밀양 이계삼
다만 일주일을 하루씩 잘 살아내겠다
_W-ing 인문학 아카데미 최정은 이수영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여기서 철학의 목표와 정치의 목표가 수렴한다고 생각한다. 플라톤은 ‘철학하는 왕’ 속에서, 다시 말해 통치자의 형상 속에서 철학과 정치의 수렴을 보았지만, 나는 대중들 속에서 철학과 정치가 수렴되는 길을 생각해본다. 철학과 정치를 하나의 과제 속에서 포착한 플라톤을 완전히 거꾸로 세워 보는 것이다. 그의 과제를 그로부터 가장 먼 방식으로, 그와 가장 먼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다시 취해 보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철학하는 왕’을 ‘철학하는 데모스’로 말이다. 철학하는 왕을 나와 당신에게 요구해보는 건 어떤가. 그리고 전제주의적 진리에 반대하는 철학적 사명과 전제주의적 권력에 반대하는 정치적 사명을 하나로 묶어보는 건 어떤가. 그 속에서 진리와 권력의 의미를 함께 전복시켜보는 것이다. 자기 삶을 잘 가꾸고 그 속에서 또한 타인에 대한 돌봄을 깨닫는 것, 다시 말해 삶의 특이성과 연대를 이해하고 또 만들어갈 줄 아는 것. 나는 여기서 철학과 정치를 함께 본다. 오늘 여러분은 내게 철학에 대해서 물었지만 아마 민주주의에 대해 물었어도 같은 답을 들었을 것이다. 어떻든 이것이 오늘 내가 여러분께 말하고 싶은 ‘철학한다는 것’이다.
- 「당신의 삶에서 당신의 철학을 본다」에서
월가 점거운동에서 사람들은 그야말로 온갖 요구를 내걸었다.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은 통일성도 없는 잡다한 요구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집을 잃은 자의 요구가 대학 등록금을 낮추라는 요구, 시설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요구, 저상버스를 도입하라는 요구보다 더 긴급하고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요구들은 똑같이 절박하고 똑같이 긴요하다. 점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의 사연이 똑같이 소중하고 절박하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의 정책이나 제도 때문이 아니라 체제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 그것은 사실 딱 하나를 요구하는 것이다. 즉 체제를 바꾸라는 것이다. 개별 정책이나 제도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오히려 하나의 요구만을 제시할 때 지금의 체제는 그것을 금세 왜곡시켜 버린다. 가령 대학 등록금을 낮추라고 하면 저리대출을 꺼내드는 식으로 말이다).
이 체제를 향해 ‘모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달리 보면 이 체제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오직 원하는 게 있다면 ‘체제의 중단’ 내지 ‘체제의 교체’ 뿐이다. 여기에는 뭔가를 거래할 것이 없다. 가령 영국의 인도 지배에 저항했던 간디가 보인 ‘비타협’. 식민주의 체제와는 거래할 것이 없다는 단호함. 요구하는 게 있다면 오직 식민지 체제의 종식뿐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총파업의 정신이다.
- 「점거와 총파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