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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66803491
· 쪽수 : 180쪽
책 소개
목차
연기(煙氣)
상자
고향(故鄕)
향기(香氣)
명상(瞑想)
소년(少年)과 기생(妓生)
소년(少年)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에서
그러나 나는 최근 아버님의 문필(文筆)에 대하야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만 일을 당하였다. 이 어른이 젊어서 한시(漢詩)를 많이 지은 것과 나종 서울에 오셔서 ≪야뢰(夜雷)≫라는 잡지(雜誌)를 창간하시어 조선서는 제일 먼저 잡지 사업을 시작하셨다는 것도 일즉 차상찬(車相瓚) 선생께 들어 알고 있었던 일이요 여운형(呂運亨) 선생께 인사를 갔다가 아버님의 저서에 ≪연설법방(演說法方)≫이라는 책 있는대 전에 애독하야 마지않었다는 말슴도 즉접 들어 모르는 배 아니지만 ≪동물회의록(動物會議錄)≫이라는 어버님의 책이 이십오 년 전에 사만 부를 돌파하야 아직도 조선 출판계(出版界)의 최고 기록(最高記錄)이라는 것을 알고는 망연자실하여 있었다.
이것은 박문서관(博文書館) 노익형(盧益亨) 씨의 말로 어느 신문의 기사에서 읽은 것인대 현재의 나와 비슷한 년대로 하물며 이십오 년의 옛날에 사만 부식을 팔리게 하는 실력을 내셨거늘 내 아무리 신문학(新文學)이니 뭐니 떠들어도 부끄러움이 많다고 스스로 인정하였다.
오늘날의 나의 무력함을 돌아보건대 어렸을 적의 것일망정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나의 작문이 아버님께 푸대접을 당하게 된 것도 미루어 알겠다고 느꼈던 것이다.
아버님께서는 또 소설도 쓰셨다. 아직도 내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마는 ≪발섭기(跋涉記)≫니 ≪됴염라젼≫이니 전혀 우리 어머님 한 분을 독자(讀者)로 하야 읽고 심심해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이야기책을 지어 주셨다. 그때 나도 그것을 읽어 봤으며 재미있다고 동내 부인네들이 여기서 저기서 빌려 가더니 나종에는 그냥 글자 하나 못 알아보게 떨어지고 말었던 것이다.
-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