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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유럽사 > 독일/오스트리아사
· ISBN : 9788967358693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부적절한 언어의 알파벳
프롤로그
1장 너도밤나무 숲 III
2장 금기어
3장 어머니가 여덟인 여인
4장 그들은 유령처럼 걸었다
5장 너도밤나무 숲 I
6장 3세대 그리고 망각의 반대말
7장 걸림돌
8장 너도밤나무 숲 II
9장 사후 기억 그리고 책략의 역설
에필로그
감사의 글
주註
리뷰
책속에서
오늘 이곳에서 한 남자는 체화된 역사의 증인으로서 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식의 표현은 난데없이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역사는 체화되고, 진실은 증언된다. 적어도 현재에는, 그리고 미래에도 한동안은, 이야기하기란 몸의 행위일 테다. 이야기는 살아 있는 존재다. 누군가 입 밖에 내는 순간, 듣는 이들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결코 그것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어떻게든 몸 밖으로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한다.
관건은 우리의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비자발적으로 물려준 유산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확언컨대, 현존하는 트라우마의 반복적 연결 고리를 끊어내어, 우리 의식이 환경과 새롭게 반응하고 맞물리게 할 방법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자신의 경험을 글로 공유했던 생존자들이 결론적으로 위안이나 해답을 얻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데우시 보로프스키는 28세의 나이에 자살했다. 파울 첼란은 1970년 물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1987년 4월 11일 프리모 레비가 30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공식적 사인이 자살로 발표되었을 때 엘리 위젤은,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40년 후에 죽었다”고 말했다. 그의 사망일이 부헨발트 수용소의 해방 기념일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레비의 친구 페르디난도 카몬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프리모는 1945년에 이미 자살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때 그러지 못한 이유는 글을 쓰려는 욕구(그리고 의무감)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제 할 일을 다 끝마친 거예요. 그래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