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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7358990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1-05-07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여섯 개의 고통- 은유 작가
1장 열여덟 살의 학교폭력, 28년 후의 기록-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2장 아픔이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면- 황예솔 작가
3장 아들이 죽었다,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2011년 권승민군의 학교폭력에 대하여- 임지영 고등학교 교사
4장 장애가족 혐오와 소외의 기억: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에서 살아남은 생- 조희정 사회복지사
5장 그들은 왜 하필 나를 괴롭히기로 했을까?- 이모르 작가 겸 크리에이터
6장 1984년의 봉인된 기억- 김효진 마르코폴로 편집장
맺음말 폭력이라는 전염성- 이정식 작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섯 개의 폭력』에는 소설보다 더 날것의 사건, 이름을 내 건 내 옆의 동료가 겪은 일이라서 더 눈을 크게 뜨고 읽어야 할 ‘붕괴의 서사’가 담겨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무사히’ 어른이 된 여섯 사람이 썼다.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어린 자신에게 용기 있게 다가가 스스로 취재한 내용이기에 ‘복구의 서사’이기도 하다. 이은혜, 황예솔, 조희정, 이모르, 김효진은 당사자이고, 임지영은 유가족이다.
“이게 얼마만이야? 보고 싶었는데…… 은혜야, 우리 아빠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 엄마는 집에 돌아왔고.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우리 이제 다시 만나자.” K 특유의 친근감과 비굴함을 반반 섞은 얼굴은 여전했다. 그가 상대를 옭아매는 화법도 변함없었다. 동정심을 살 만한 불행한 일을 몇 가지 나열했고, 구걸하듯 상대방의 나약한 마음을 헤집었다. K의 몸과 마음은 불행의 요소들이 똬리를 튼 집약소 같았다. 그건 한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고, 옆에 있던 나는 한 아이의 심신 속에서 소화되지 못한 불행들을 받아내는 쓰레받기가 되어 있었다.
음악 수업이 끝나고 그 애는 내게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동안 혼자 화장실에 가는 것이 싫어 하루 종일 오줌을 참아왔기에, 화장실 같이 가자는 말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 애를 따라 화장실에 갔더니 같은 칸에 들어가자고 했다. 조금 이상한 제안이었으나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문을 닫자마자 그 애가 벽으로 나를 밀쳤다. 위압적으로 변한 그 애는 내가 음악 시간에 노래를 부르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위축된 나는 미안하다고 했고 의기양양해진 그 애는 다음부터 노래를 크게 부르라며 자신이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