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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67996062
· 쪽수 : 336쪽
목차
전율의 환각
검은 소
지옥에서 온 사무라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또께서도 그분을 존경했잖소? 그분은 진보적인 얼치기 후학도 아니고 보수적인 밥벌레 퇴물도 아니오. 구 대감이야말로 진정 현실을 중시한 실학자요.”
“현실?”
“그렇소. 식용 개구리를 인위적으로 번식시키면 굶주린 백성들에게 고기를 먹일 수 있다는 뜻을 품고 계신 분이었소. 그분의 혜안은 무능한 관리들의 돌머리를 월등히 앞서고 있소.”
“그런 생각은 현실이 아닌 이상에 불과하오. 이상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건 유일신의 능력밖에 없소.”
“유일신?”
금인종의 음성이 깊은 동굴에서 울려나온 듯한 저음으로 변했다. 목이 팽창하고 눈알이 빠지면서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팽창하는 몸에 구군복이 찢어지고 전립이 날아간 상투도 툭 끊어졌다. 나인철의 표정이 또 다시 일그러졌다.
“환각이야! 이건 환각이야!”
“현실이오! 눈앞의 현실을 인정하시오!”
- ‘전율의 환각’ 중
촌장의 집에 당도한 이 서방은 인사도 없이 소의 몸에 연결된 밧줄을 바위에다 칭칭 동여맸다. 불만과 불손이 가득한 모습이었으나 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날카로운 시선을 검은 소에게만 두고 있었다. 문득 이 서방은 촌장이 소를 관찰하기 위해 이 일을 시킨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석이가 장난스런 함성을 지르며 소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소가 광란을 일으키며 아이를 떨어뜨렸다. 아이가 놀라서 울자 깜짝 놀란 이 서방이 달려가 소의 등에다 채찍질을 퍼부었다.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 소의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문득 촌장을 쳐다보니 그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다친 아이와 상관없이 검은 소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촌장과 이 서방이 소라는 공통분모에 접근한 것은 어떤 마음의 형태에서 비롯되었지만, 그것이 ‘불길함’임을 두 사람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검은 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