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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88968492822
· 쪽수 : 694쪽
책 소개
목차
역자 서문 / 15
권5 위시(魏詩)1 / 33
권6 위시(魏詩)2 / 155
권7 진시(晉詩)1 / 269
권8 진시(晉詩)2 / 425
권9 진시(晉詩)3 / 569
역자 후기 / 692
책속에서
권5 魏詩1(위시1)
1. 武帝*1)
1-1
<短歌行(단가행)>* <단가행>
對酒當歌, 술 마주하면 응당 노래해야지,
대주당가
人生幾何. 인생살이가 그 얼마이련가.
인생기하
譬如朝露, 비유하자면 아침 이슬 같거니와,
비여조로
去日苦多. 지나간 날들이 모질게도 많구나.
거일고다
慨當以慷,2) 개탄하고 당연히 격분하나니,
개당이강
幽思難忘. 그윽한 생각 잊을 수 없어서라.
유사난망
何以解憂, 무엇으로 근심 풀어 볼까하니,
하이해우
惟有杜康.3) 단지 술이 있을 뿐이라네.
유유두강
??子衿,4) 푸르고 푸른 그대의 옷깃,
청청자금
悠悠我心. 한없는 나의 마음이여.
유유아심
但爲君故, 다만 그대들 때문에,
단위군고
?吟至今. 오늘까지 생각에 잠기네.
침음지금
??鹿鳴,5) 메에 메에 사슴이 울면서,
유유녹명
食野之?. 들의 다북쑥을 뜯고 있다네.
식야지평
我有嘉賓, 내게도 아름다운 손님이 있으니,
아유가빈
鼓瑟吹笙. 거문고를 타고 생황을 부네.
고슬취생
明明如月, 보름달처럼 밝고 밝은 그대들,
명명여월
何時可?. 언제 얻을 수 있을까.
하시가철
憂從中來, 시름이 마음속에서 나오니,
우종중래
不可斷?. 끊어버릴 수가 없었네.
불가단절
越陌度阡,6) 동서 길 넘고 남북 길 건너서,
월맥도천
枉用相存.7) 황송하게도 방문해 주셨네.
왕용상존
契闊談燕,8) 오랫동안 헤어졌다 담소하며 잔치하니,
계활담연
心念舊恩. 마음은 오랜 정의를 생각하네.
심념구은
月明星稀,9) 달이 밝아 별빛이 드문데,
월명성희
烏鵲南飛. 까막까치는 남으로 날아가네.
오작남비
繞樹三?, 나무를 여러 바퀴 돌아보지만,
요수삼잡
何枝可依. 어느 가지에 의탁할 수 있을까.
하지가의
山不厭高, 산은 높음을 마다하지 않고,
산불염고
海不厭深. 바다는 깊음을 마다하지 않는 법.
해불염심
周公吐哺,10) 주공은 음식 뱉고 선비 맞았기에,
주공토포
天下歸心.*** 천하가 마음을 돌렸다 하네.
천하귀심
원주
* 맹덕(조조)의 시는 여전히 한나라의 가락이다. 자환(조비) 이후는 순수한 위나라의 음향이 다.(孟德詩猶是漢音. 子桓以下, 純乎魏響.)
나지막하면서도 웅장하고 빼어나게 상쾌하여, 때로 패자로서의 기상을 드러내고 있다.(沈雄俊爽, 時露?氣.)
** 때에 맞춰 마땅히 즐겨야함을 말한다.(言當及時爲樂也.)
*** ‘월명성희’ 네 구는 나그네가 의탁할 곳이 없음을 비유하였다. ‘산불염고’ 네 구는 왕 노릇하는 사람은 뭇 사람들을 막지 않기 때문에 능히 그 위대함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月明星稀四句, ?客子無所依托. 山不厭高四句, 言王者不??庶, 故能成其大也.)
역주
1) 武帝 : 조조(曹操, 155-220)를 말한다. 자는 맹덕(孟德)이고, 아명(兒名)은 아만(阿瞞)과 길리(吉利)이다. 동한 패국(沛國) 초현(?縣) 출신으로 한말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면서 권력을 장악하였다. 후한 헌제(獻帝, 재위 189-220) 때에 승상(丞相)을 지냈으며, 위왕(魏王)으로 봉해졌다. 아들인 조비(曹丕)가 위나라 황제의 지위에 오른 뒤에 무황제(武皇帝)로 추존되고, 태조(太祖)라는 묘호(廟號)를 받았다. 어려서부터 책을 즐겨 읽었으며, 시부(詩賦)에도 뛰어난 성취를 보여 두 아들인 조비(曹丕), 조식(曹植)과 함께 ‘삼조(三曹)’라 불리기도 한다. 문학을 사랑하여 많은 문인들을 불러들였고, 이른바 건안문학(建安文學)의 흥성을 가져오게 했다.
2) 慨當以慷 : 울분이나 불만 등으로 감정이 격앙된 상태로 개탄하면서 격분해한다는 뜻.
3) 杜康 : 가장 먼저 술을 제조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전해진다. 여기에서는 술을 지칭함.
4) ??子衿 2구 : ≪시경ㆍ정풍ㆍ자금(詩經ㆍ鄭風ㆍ子衿)≫에 나오는 구절로 원래는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으로 쓰였으나 여기에서는 학자들이 입는 옷이 푸른 옷깃이었다고 하여(≪모전(毛傳)≫) 인재에 대한 갈망의 의미로 쓰임.
5) ??鹿鳴 4구 : ≪시경ㆍ소아ㆍ록명(詩經ㆍ小雅ㆍ鹿鳴)≫의 구절이다. 유유(??)는 사슴이 우는 소리로 사슴은 먹을 것을 얻으면 화락하게 울어 무리를 부른다고 한다(≪모전(毛傳)≫).
6) 越陌度阡 : 맥(陌)과 천(阡)은 동서남북으로 난 논밭 사이의 작은 길을 말하며, 여기서는 먼 곳으로부터 인재들이 찾아들었음을 말함.
7) 枉用相存 : 왕(枉)은 겸사로 상대를 높이는 것. 존(存)은 안부를 묻는다는 뜻.
8) 契闊談燕 : 계(契)는 만남, 활(闊)은 멀어진 것으로,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음에 뜻을 두는 편의복사(偏義複詞). 담연(談燕)은 서로 만나 담소하고 잔치하는 것.
9) 月明星稀 : 달이 밝으면 별빛이 희미해진다는 것은 난세를 제압해가는 조조 자신의 빛이 밝아지면서 자신의 경쟁자들이 점점 빛을 잃어간다는 의미.
10) 周公吐哺 : ≪사기≫ <노주공세가(魯周公世家)>에 “주공은 백금(伯禽)을 경계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문왕의 아들, 무왕의 아우, 성왕의 숙부로 나 또한 천하에 결코 천하지 않다. 그러나 내가 머리 한번 감을 때에 세 번 머리를 싸매고, 식사 한번 할 때에 세 번 씹던 것을 뱉어가며 일어나 선비를 맞이한 것은 오직 천하의 어진 이를 잃을까 두려워해서이다.”라 하였다.
11) 압운은 何와 多, 忘과 康, 心과 今, ?과 笙, ?과 絶, 存과 恩, 飛와 依, 深과 心으로 매 4구마다 환운하고 있다.
해설
이 시는 조조(曹操)의 <단가행(短歌行)>이다. 단가(短歌)는 장가(長歌)에 비해 가락이 짧은 것으로 템포가 빠르고 격앙된 감정이 잘 드러난다. 행(行)은 음악 명으로, 악부시에서 유래하여 고시(古詩)의 제목을 자주 쓰이는데, 타령, 노래, 곡 등에 해당한다. 조조는 이 시에서 인재를 얻어 나라를 바고 잡고 싶은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모두 32구로 되어있으며 매 4구마다 환운하고 있어 8개의 단락으로 나눠 볼 수 있다.
1단락(1-4구)은 인생이 짧음을 이야기한다. 2단락(5-8구)에서는 좋은 인재를 얻어서 한나라를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을 ‘그윽한 생각’(6구)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3단락(9-12구)은 ≪시경ㆍ정풍ㆍ자금≫의 구절을 인용하여 좋은 인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을 비유하고 있다. 4단락(13-16구) 역시 ≪시경ㆍ소아ㆍ록명≫의 구절을 인용하여 인재를 구하고 싶은 마음과 인재를 구하면 잘 대접하고픈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5단락(17-20구)은 노심초사하면서 인재를 구하는 마음을, 6단락(21-24구)은 오래도록 생각했던 인재를 다시 만났음을 이야기한다. 7단락(25-28구)에서의 25구는 실세인 조조를 나타내는 달은 밝아지고, 주위의 경쟁자를 나타내는 별빛은 점점 세력을 잃어가는 상황을 비유하고 있다. 그래서 헤매는 인재들을 포섭하고 싶다고 말한다(28구). 마지막 8단락(29-32구)에서는 ≪사기ㆍ노주공세가≫의 주공 이야기를 빌어 좋은 인재를 구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표출하고 있다.
1-2
<觀滄海(관창해)>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東臨碣石,1) 동쪽 갈석산에서 굽어보며,
동림갈석
以觀滄海. 드넓은 바다를 감상하네.
이관창해
水何澹澹,2) 물은 어찌 저리 넘실대고,
수하담담
山島?峙.3) 산같은 섬 우뚝 솟아있네.
산도송치
樹木叢生, 수목은 울창하게 자랐고,
수목총생
百草?茂. 온갖 풀들이 무성한데.
백초풍무
秋風蕭瑟, 가을바람은 소슬하나니,
추풍소슬
洪波湧起. 큰 파도 솟구쳐 오르네.
홍파용기
日月之行, 해와 달의 운행이,
일월지행
若出其中. 그 안에서 나온 것 같네.
약출기중
星漢燦爛, 찬란한 저 은하수도,
성한찬란
若出其裡. 그 속에서 나오는 듯 같네.
약출기리
幸甚至哉, 행운은 크고 지극하여라,
행심지재
歌以詠志.* 노래 불러 그 뜻을 읊노라.
가이영지
원주
* 우주를 삼키고 토해 내는 듯한 기상이 있다.(有?吐宇宙氣象.)
역주
1) 碣石 : 산 이름으로 하북성(河北省) 창려현(昌黎縣) 북쪽에 있다. ≪서경ㆍ하서ㆍ우공(書經ㆍ夏書ㆍ禹貢)≫에 “갈석에 이르러 바다로 들어간다.(至于碣石, 入于海.)”라 하므로 바다에 인접해 있는 산임을 알 수 있다.
2) 澹澹 : 파도가 세차게 출렁이는 모양.
3) ?峙 : 우뚝 솟아있는 모양.
4) 압운은 海, 峙, 起, 裡로 일운도저이나, 중간 5-6구와 9-10구는 압운하지 않고 있다. 또 후렴구는 哉와 志(音支)로 압운.
해설
이 시는 <보출하문행(步出夏門行)> 연작시 중의 한 수로 소제목이 <관창해(觀滄海)>이다.
<보출하문행>은 <서행(西行)>이라고도 한다. 고악부(古樂府)의 상화가사(相和歌辭) 가운데 슬조곡(瑟調曲)에 해당한다. 이 작품의 창작 시기는 건안(建安) 12년(207년) 조조가 오환(烏桓) 지역(현, 河北 山西省 북쪽) 원정 전쟁에서 승리한 후 돌아오는 중에 지은 것이라고 한다.
<보출하문행>는 모두 5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부분은 서곡(序曲)에 해당하는 <염(艶)>이다. 그리고 장(章)의 개념인 4개의 해(解)로 이루어져 있다. 제1해가 바로 <관창해>이고, 제2해는 <동시월(冬十月)>, 제3해가 다음 작품인 <토불동(土不同)>이고, 마지막 4해가 <귀수수(龜雖壽)>이다.
이 작품은 내용의 전개에 따라 첫 6구, 다음 6구의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으며, 마지막 2구는 후렴구에 해당한다. 첫 단락에서는 바다에 인접해 있는 갈석산에 도착하여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경치에 대해 묘사하고 있으며, 두 번째 단락에서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다음 바다를 바라보면서 연상되는 자신의 느낌을 적고 있다. 마지막 두 구는 후렴구이다.
1-3
<土不同(토부동)> <풍토가 달라>
?土不同, 고을 풍토가 다르니,
향토불동
河朔隆寒.1) 황하 북쪽은 몹시도 춥구나.
하삭륭한
流?浮漂,2) 얼음 덩어리 둥둥 떠다녀,
류시부표
舟船行難. 선박은 나아가기 어렵네.
주선행난
錐不入地,3) 송곳마저 들어가지 않는 땅,
추불입지
??深奧.4) 줄과 쑥 따위만 무성하구나.
풍뢰심오
水竭不流,5) 물은 말라 흐르지 않거니와,
수갈불류
?堅可蹈.6) 얼음 단단해 밟을 수 있다네.
빙견가도
士隱者貧,7) 선비들 걱정은 궁핍이거니와,
사은자빈
勇俠輕非.8) 협객들은 나쁜 짓 쉽게 하네.
용협경비
心常歎怨, 마음은 늘 탄식하고 원망하며,
심상탄원
戚戚多悲. 절절이 슬픔이 많네.
척척다비
幸甚至哉, 행운이 크고 지극하여라,
행심지재
歌以詠志.* 노래 불러 그 뜻 읊노라.
가이영지
원주
* 바로 (≪논어ㆍ태백(論語ㆍ泰伯)≫의) “용맹함을 좋아하고 곤궁함을 싫어하면 어지러워진다.”는 뜻이다. 고아하고 힘 있으면서 쓸쓸하게 묘사되어 있다.(?好勇疾貧亂也之意, 寫得蒼勁蕭瑟.)
역주
1) 河朔隆寒 : 하삭(河朔)은 황하 북쪽이다. 융한(隆寒)은 엄한(嚴冬)으로 몹시 추운 한겨울을 말함.
2) 流? : 떠다니는 얼음덩어리.
3) 錐不入地 : 지면이 단단하게 얼어서 송곳으로도 찔러지지 않음을 말한다.
4) ?? : 풍(?)은 봉(?), 고(菰)로 즐의 뿌리. 뢰(?)는 쑥의 일종. 둘 다 물가의 잡초를 말함.
5) 水竭不流 : 갈(竭)은 마르다의 뜻이나 여기서는 ‘얼다’의 뜻. 강물이 얼어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
6) 蹈 : 답(踏)으로 밟다.
7) 士隱者貧 : 은(隱)은 걱정하다. 빈(貧)은 곤궁함.
8) 勇俠輕非 : 용협(勇俠)은 협에 용감한 사람, 즉 무인(武人)이나 협객. 경비(輕非)는 잘못, 비행을 가벼이 여기다.
9) 寒, 難에서 奧, 蹈로, 또 非, 悲로 환운하고 있다. 후렴구는 哉와 志로 압운.
해설
이 시는 <보출하문행> 중의 한 장으로 소제목은 <토불동(土不同)> 또는 <하삭한(河朔寒)>이라고 한다. <토불동>은 황하 북쪽 기후풍토와 이 지역 백성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황하 북쪽의 환경은 너무도 척박하다. 물위의 얼음덩이가 둥둥 떠다니고(3구), 땅은 얼어서 송곳으로 찔러도 들어가지도 않으며(5구), 물가의 잡초만 무성하다(6구). 이것은 모두 쓸모없는 땅을 비유하고, 나아가 이 지역에는 쓸 만한 인재도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 이 고장의 문인(文人)은 이익을 쫓고 무인(武人)은 비행을 저지르니(9-10구), 천하에 뜻을 두고 인재를 찾는 조조의 눈에 이 황하 북쪽 지역에는 쓸 만한 인재가 없음을 개탄하고 있다. 마지막 13-14구는 <보출하문행>의 각 해(解)에 반복되고 있는 후렴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