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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71993101
· 쪽수 : 35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들어가며
죄와 벌
폭력의 역사
야성의 부름
서부의 신사들
심판
만만찮은 도시
1984
충실성의 문제
길 위에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두 도시 이야기
폭풍의 언덕
아웃사이더
비법은 계속 숨을 쉬는 것
커팅룸
위대한 유산
막다른 길의 아이들
이방인
쇼핑몰 이야기
불만
가닛힐
지금 우리가 사는 법
하우스키핑
야만인을 기다리며
털 없는 원숭이
소리와 분노
프랑켄슈타인
트레인스포팅
도덕의 풍경
변신
엿보는 자들의 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감사의 말
발문 아주 평범한 가난 _장일호(《시사IN》 기자)
옮긴이의 말 다시, 가난과 계급을 이야기하기
리뷰
책속에서
엄마가 집을 나가기 얼마 전 어느 화창한 오후에, 친구 둘을 거느리고 집에 와보니 많은 세간살이가 불탄 채로 앞뜰에 널려 있었다.
내가 친구들에게 뭐라고 설명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도 설명을 요구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친구들은 이미 우리 집 형편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문제가정 아이들의 삶은 거리로 퍼져나간다. 이들은 아마도 수치심이나 창피함을 모면하려고 마침내 문제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동네 사람들이 자기 일을 알고 있고 아마도 자신을 재단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응한다. 사생활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손에 넣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사치재가 된다.
정부는 재정 지원을 하면서 그 쓰임새에 대해 조건을 붙이고, 그러면 이 부문은 앞서 하고 있던 모든 일을 그야말로 내던지고서 가장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해 간다. 도움을 줘야 할 지역사회가 정말로 뭘 필요로 하고 원하는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이런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본의 한 형태로 여겨진다. 이들의 삶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조직이 자신의 역할을 정당화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채굴할 데이터와 서사를 담고 있는 자본 말이다. 선의를 가진 학생, 학자, 전문가들이 줄줄이 가난 깊숙이 내려와 필요한 걸 뽑아내고는 고립된 자신들의 집단으로 물러가 가난 사파리에서 가져온 인공 유물을 검토하는 것이다. (…) 이것은 빈곤산업이다. 이 산업에서는 선량한 사람들도 사회적 박탈로부터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 이 부문의 모든 사람이 경력을 유지하고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 문제가 남아 있어야 이 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 가난을 뿌리 뽑는 게 아니라 낙하산으로 와 ‘업적’을 남겨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자원과 전문지식을 철수해 훌쩍 떠날 때 뚜렷한 업적이 없더라도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게 이 부문의 전통이다.
우리는 생각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왜 저래?” 또는 “쟤들 부모는 대체 뭐 하는 거야?” 그리고 여기에는 간단한 이유가 있다. 우리를 언짢게 하지 않으면서 아동학대와 방치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 살균 처리된 이미지가 이 문제의 실체를 왜곡한다. 이런 사진은 희생자가 시간 속에 얼어붙은 채 우리가 그 안으로 손을 뻗어 위험으로부터 빼내어주기를 기다리는 영원한 아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낳는다. 이들은 어린아이로서 무한한 연민과 동정을 받는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법적 과실을 저지르는 순간,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전반적인 태도가 달라진다. 우리가 인정하든 않든 방치되고 학대받은 아이, 난폭한 청소년, 노숙인, 알코올 중독자, 약물 중독자, 그리고 끔찍하고 무책임하며 폭력적인 부모가 실은 삶의 다양한 단계에 있는 동일 인물인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