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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88972202233
· 쪽수 : 207쪽
· 출판일 : 2008-07-17
책 소개
목차
서문 - 따뜻한 인간애를 다루는 낭만적 과학의 고전 - 올리버 색스
루리야 서문 - 25년 동안의 절망과 승리
자세츠키 서문 - 끝나지 않은 나의 싸움
세상이 망가지기 전에는
운명의 그날
자세츠키,사망하다
세상이 변하다
루리야,자세츠키를 만나다
루리야의 노트 No.3712
루리야의 노트 - 자세츠키는 어디를 다친 걸까?
자세츠키,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반만 보다
엉덩이는 무릎 위?
여기가 어디지?
글을 잊어버리다
알파벳은 어려워
읽기보다 쉬운 쓰기
끔찍한 머리 부상에 관한 이야기
살아가는 이유
1분짜리 기억력
고양이?무쇠!
루리야의 노트 - 왜 단어를 기억하지 못할까?
무슨 말을 하려 했더라?
루리야의 노트 - '주인의 개'와 '개의 주인'?
지식은 사라져도 상상력은 남는다
끝이 없는 이야기
에필로그를 대신하여 - 전쟁이 없다면
리뷰
책속에서
그에게 세상은 더 이상 안정된 곳이 아니었고 해체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상 전에는 전문학교 4학년 학생이었지만 이제는 글조차 쓰고 읽을 줄 모른다. 그는 걸어서 병실을 나설 수 있게 됐을 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방 옆에 있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복도로 나갔다. 화장실로 보이는 문 앞으로 다가가 문에 붙어 있는 푯말을 바라봤다. 그렇지만 명패에 쓰인 글자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무지 뭐라고 씌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푯말에는 낯설고 괴상하게 생긴 문자가 박혀 있었다. 문제는 그 글자들이 러시아 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는 지나가는 환자에게 푯말을 가리키며 뭐라고 씌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자 화장실이라잖소. 왜요? 당신은 글 읽을 줄 모릅니까?"
나는 다리가 땅에 파묻히기라도 한 듯이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도대체 푯말을 읽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을 볼 수 있으니 장님은 아니다. 그런데 왜 낯선 글자로 쓰여 있는 거지? 혹시 어떤 정신 나간 친구가 장난치는 건 아닐까?
다시 한 번 푯말을 읽어보려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또 다른 문으로 다가가 푯말을 쳐다봤다. 뭐라고 씌어 있기는 했지만 역시 러시아어는 아니었다. (91~92쪽, '글을 잊어버리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