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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2752660
· 쪽수 : 219쪽
책 소개
목차
빈방
인천, 서울, 그리고 큰꿀벌들
봄날은 간다
내 자신이 빈방이라는 생각
고양이의 죽음에 대하여
허공에 떠가는 거울
지난 여름 마당에서 생긴 일
엄마 왜 안 와
토끼의 방문
오락실에서 난쟁이를 바라보다
오이의 속을 파 실로 묶은 두레박
구멍과 햇빛과 풀
기억과 상징 사이에서
수면의 빛
모과나무와 어머니
흔적
콩나물 삶는 냄새
밤강에 흘려보낸 포도알
가을의 저쪽
오묘한 통증이자 짜릿한 모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토성에서 돌아오다
사유의 정원, 공원의 쓸쓸함
거미의 향기
저녁의 무늬
어머니의 편지
옴팍집
비료푸대 발
바라봄의 이쪽과 저쪽
어떤 불꽃놀이
날아오르는 일이 갈망이었을 때
채변봉투와 부엌칼
슬픈 유희
밤에 대하여
풀잎 우물
고독과 메모
가난의 상상력에 대하여
샤머니즘과 빈집, 그리고 문학
나 자신에게 말걸기
누가 내 누이의 벗은 발을 볼 것인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행복해지려고, 길가의 더러운 먼지로 탄력을 잃은 나뭇가지가 달고 있는 물방울 속에 비친 풍경을 통해 나를 꿈꾸던 시간도 있었다. 게으른 소처럼 방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텔레비전이 나올 시각이면 발가락으로 스위치를 켜고 채널을 딸가닥 돌리던 시절도 있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람들 틈에 끼어 있으려고 노력했고 그들과 싸웠고 완전히 침묵했다. 침묵만이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서글퍼지고 쓸쓸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이제껏 소비했던 담배를 일시에 피워대는 것만큼이나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켰다.
이제 나는 잎마른 담쟁이 덩굴처럼 어느 곳인가를 기어오르다가 시든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들끓는 욕망이 한없이 부풀어올라 굳게 닫힌 뚜껑을 밀치고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왔을 때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세계는 추악하고 늙은 노파의 엉덩이처럼 앉기를 좋아하며, 그리고 아무 곳에서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오래도록 지껄인다. - '저녁의 무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