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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2754343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09-04-15
책 소개
책속에서
서쪽에서 바람이 오면 썩은 달걀 냄새가 난다. 바람이 동쪽에서 부는 날이면 유황 냄새에 목이 콱 멘다. 그게 북풍인 때에는 시커먼 연기가 머리 위로 날아든다. 그리고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남쪽에서 바람이 일어나면, 딱히 다른 단어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 정말 똥냄새가 난다. 이 바람 한가운데에 사는 우리는 벌써 오래전부터 이런 것에는 더 이상 신경도 쓰지 않는다. 결국 이건 습관의 문제이다. 사람은 모든 것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 7쪽 중에서
나는 철로 변에서 놀았고 전신주를 올라갔으며 폐수 처리장 물속에서 수영을 했다. 그리고 커서는 폐차장에 버려진 자동차의 찢어진 좌석에서 첫 섹스를 했다. 나의 추억은 기름에 오염된 바다에 빠진 물새의 추억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아무튼 추억은 추억이다. 아무리 나쁜 고향이라도 정이 붙게 마련이다. 프라이팬에 눌어붙은 찌든 때처럼. - 12~13쪽 중에서
서둘러 잠들고 싶지도 않다. 꿈속에서 대가리 없는 짐승들이 내게 복수를 하려고 떼 지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고, 사람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게 아니고, 내게 선택권이 있었던 일도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헛일이었고, 여전히 그놈들은 나를 원망했다. 그리고 마침내 밤이 된다. 그리고 악몽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싶으면 바로 다른 악몽으로 갈 생각을 해야만 한다. - 27쪽 중에서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다. 다른 때와 너무 비슷한 나머지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안에 발목이 잡히고 조금씩 늪 속으로 미끄러져 빠져들게 된다. 건너편에 강둑이 보이지만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강둑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일 초마다 목이 죄어들고 일 분마다 부랴부랴 허둥거려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낮 다음에 자연스레 밤이 오고 계절은 저절로 바뀌는 거라고 생각하며 우리 같은 사람은 잊고 산다. - 94~95쪽 중에서
아침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침과 같은 건 아니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아침인지 아닌지조차 눈치 채지 못한다. 밤과 아침의 차이가 미묘해서 아침을 구별하려면 꽤나 눈썰미가 있어야 한다. 색조만 조금 더 밝을 따름이다. 심지어 늙은 수탉조차도 구별하지 못한다. 어떤 날에는 낮에도 가로등이 꺼지지 않는다. 물론 태양이 텄을 테고 저 지평선 너머 안개와 매연과 묵직한 구름과 대기에 매달려 있는 먼지 속 어디쯤엔가 그 태양이 있을 것이다. 북극의 밤이 잔뜩 흐렸다고 상상하면 될 것이다. 우리의 낮은 종일토록 바로 그것과 흡사하다. - 168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