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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2756996
· 쪽수 : 516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봄
제2장 여름
제3장 가을
제4장 겨울
제5장 봄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 머릿속에 광대한, 붉은색인지 흰색인지 구별되지 않는 광활한 땅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풍경이 떠올랐다. 도리이의 지금 심경은 바싹 말라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사막 그 자체가 아닐까. 끝도 없이, 정신은 고갈되고, 방향감각도 잃은 채. 사막에는 슈퍼 샐러리맨행行이라고 쓴 표지판 따위도 없고, 물이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밤이슬을 피할 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다. 도리이는 침대 위에서, 무표정하게, 천장만 응시하고 있었지만 분명 그와 동시에 사막 한가운데 주저앉아 혼이 나간 얼굴로 어깨를 떨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어디로 어떻게 걸어 나가야 할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과연 우리들은 도리이가 처한 이 사막을 적실 수 있을까.
_216쪽, <제2장 여름> 중에서
“아무도 데리러 가지 않으면 이 녀석은 궁지에 몰립니다. 그것도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완벽한 궁지요.” 하고 말했다. “궁지란 도움의 손길을 내리라고 있는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보호 기간이 끝나는 개들이 나타날 때마다 네가 개를 입양하러 갈 거냐?” “그럴 리 있습니까.” 니시지마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내가 그 개들을 전부 살려야 합니까?”
“뭐어?”
“어쩌다 그런 겁니다, 이번엔 내 눈에 띄었으니 구한 거죠. 걱정이 돼서 그랬습니다. 다음부터는 그 홈페이지에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니시지마의 사고방식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눈앞에서 곤란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그냥 도와주면 된다.’는 주장을 스스로 실천하는 니시지마에게 솔직히 감동받았다.
“그렇지만, 지금 그 한 마리만 구하고 나머지는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도 모순 아냐?”
“모순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_280쪽, <제3장 가을> 중에서
“그렇지만 와시오라는 사람은 초능력자 맞지?” 도리이가 생각하다 한마디 했다.
그 물음에는 내가 대답했다. “옛날엔 그랬지.” 이전에는 확실히 그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 없어졌고, 그저 남들 눈을 속이는 정도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저 사람의 인생을 그늘지게 한 것은 초능력이고, 그래서 저 사람은 아마도 그런 능력만 없었더라면, 하면서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그래서인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같은 원망을 해소하기 위해 아소 씨를 위한 피에로가 되면서까지 차라리 초능력이란 것에 복수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말해 주고 싶다. 와시오 씨,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건 자기 연민치고는 너무 혹독한 겁니다.
_371~372쪽, <제3장 가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