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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1803174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옛날이야기를 하는 여자 … 006
일 년째 … 009
이 년째 … 025
삼 년째 … 053
사 년째 … 083
오 년째 … 115
육 년째 … 149
칠 년째 … 189
덤, 칠 년째 반년 후 … 226
저자 후기 … 231
이나와시로 호수에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 … 237
리뷰
책속에서
사춘기였던 하루토는 물론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난 글라이더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글라이더?”
“엔진도 없이 목적지가 있든 없든 그저 우아하게 선회하면서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처럼 살고 싶어요.”
선생님은 바보 취급하지 않고 “그것 좋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글라이더처럼 사는 건 꽤 어려워. 사람은 지시받으며 사는 게 훨씬 편하지. ‘좋은 일을 하면 행복해집니다’라는 말과 ‘도자기를 팔면 급료가 올라갑니다’라는 말 중, 어느 쪽이 이해하기 쉽지?”
“도자기가 왜요?”
“예를 든 거야. 어쨌든 엔진을 달고 비행 스케줄대로 나는 제트기 쪽이 사실은 즐거울지도 몰라. 글라이더는 난도가 높거든. 게다가.”
“게다가?”
“주위에서는 태평하다는 소리를 듣지.” 선생님은 웃었다. “글라이더가 얼마나 힘든지 불안한지 모르는 녀석들에게 말이야.”
“선생님, 글라이더 이야기에 너무 열중하신 거 아니에요?” 하루토도 웃었다.
연료 탱크 지도 내비게이션 처음부터 없어 끝까지 / 옆에서 보면 그야 태평하지 / 하지만 이미 아슬아슬해
선생님은 느긋하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글라이더〉라는 노래야.”
설마 이 선생님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스파이인 데다 십 대 후반이 된 하루토 앞에 나타나 비밀정보국 일을 권유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쓰시마에게는 엔진이 없네.” 그녀가 자주 말했다. 예전에는 “그 점을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결점이라고도 하기 힘들어” 등 긍정적인 뉘앙스가 풍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만과 초조함만 담겨 있다.
“취업은 어떻게 할 거야? 앞일은 생각하고 있어?” 그녀가 내 취업과 구직 활동에 대해 예민해진 것은 자신의 구직 활동이 잘 풀리지 않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으리라. 혹시 이대로 교제가 이어진다면 인생을 같이 걸어가게 되니, 선장이 이 사람이라도 괜찮을까, 이 사람이 칠칠치 못하니 혹시 자신이 조타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불안해졌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경기도 좋아지고 있잖아. 일자리는 늘고 청년은 줄어들 테니 다들 인재를 찾기 시작할 거고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 나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딱히 근거는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니 마치 흐느적거리면서 나는 글라이더 같아.” 그녀는 넌더리를 냈다.
낮은 채로 언제까지나 내릴 장소 찾았지 / 찾다 보니 멀리 갔지
어디에선가 노래 〈글라이더〉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우아하게 날아서 하늘을 선회하는 글라이더가 세속을 벗어난 듯 느껴져 좋았는데, 그때 그녀에게 ‘글라이더’는 부정적인 의미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