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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18409
· 쪽수 : 504쪽
· 출판일 : 2023-05-24
책 소개
목차
페퍼스 고스트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단 선생, 미래라도 보여?” 요시무라 선생님이 물었다.
“네?” 얼굴에 경련이 이는 걸 억누를 수 없었다. 상대는 그걸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그렇게 걱정하는 눈으로 보지 마. 초자연파 같은 건 아니니까” 하고 말을 이었다.
아아, 생각났다. “드시지 말라고 했던 건 아니고, 굴을 먹다 탈이 날지도 모르는 시기니까 조심하라는 식으로 말씀드렸죠. 결국 안 드셨어요?”
“듣고 보니 식중독에라도 걸릴까 봐 무섭더라고. 친구랑 상의해서 다른 걸 먹었어.”
“맛있기는 하지만요.”
“얼마 전에 오픈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길래 얼른 예약해서 다녀왔지.”
“어쩐지 죄송하네요.”
“웬 사과? 다음 날 그 굴 식당, 지방 뉴스를 탔잖아. 못 봤어? 식중독에 걸린 사람이 나왔대.”
“뉴스는 못 봤지만, 아무튼 굴 요리를 안 드시길 잘하셨네요. 결과가 좋으니 다 잘됐다고 할까요.”
가벼운 투로 말했지만 속으로는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식중독을 막았다. 사람을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작은 충족감을 쌓아 올림으로써 평소의 무력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었다.
(…)
그때 요시무라 선생님이 복통으로 괴로워하는 미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후에 굴 요리를 먹으러 가신다길래 굴 요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한 거죠. 그렇게는 설명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냐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질문 공세를 당할 뿐이다.
오후 8시가 지나자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뇌에 피가 몰리는 건지, 머리가 확 뜨거워지면서 정신이 흐리멍덩해졌다.
그리고 빛이 났다. 섬광 같은 것이 번쩍번쩍 터졌다. 지금 내가 원래 보고 있을 터인 거실은 뒤편으로 물러나고, 다른 영상 화면이 끼어들듯 눈앞을 막는다.
지난번에 이걸 보고 1주일쯤 지났으니까,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이었다.
등받이가 보인다. 신칸센 좌석이다.
그 재채기 때문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건 사토미 다이치가 보는 장면이다. 즉, 그가 신칸센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이다.
3인용 좌석이고 옆에 사람이 있다. 가족과 여행을 가는 걸까 생각했을 때, 그 장면이 크게 흔들렸다. 차체가 비스듬해질 만큼 크게 기울었다. 어디선가 페트병이 날아왔고 천장에 가까운 수하물 선반에서 가방이 굴러떨어졌다.
차멀미 비슷한 감각에 휩싸이더니 스크린이 깜깜해졌다. 스위치가 눌린 것처럼 장면이 사라졌다. 그 대신 거실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