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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88972971283
· 쪽수 : 215쪽
· 출판일 : 2024-08-20
책 소개
목차
서문 (데비 북친)
사회적 생태론이란 무엇인가?
고도자본주의 시대의 급진 정치학
반동의 시대, 사회적 생태론의 역할
코뮌주의 프로젝트
옮긴이의 글: 한국 사회가 머레이 북친을 만날 때
추천의 글 (채효정, 정치학자·기후정의운동 활동가)
주
리뷰
책속에서
우리의 상식적 자연관은 정적(static) 자연관이다. 산 정상에서 보이는 전경과 같은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정적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경치를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은 매 순간 특정 장면에 사로잡힌다. 하늘로 치솟는 매, 높이 뛰는 사슴, 낮게 엎드리는 코요테. 그런데 이때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그 대상의 물리적 동작에 대한 단순한 동학이고, 이것도 따지고 보면 눈앞 전경에 대한 정적인 이미지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정적 이미지들 때문에 우리는 자연의 이런 순간들이 ‘영원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비인간 자연은 그런 정적인 전경 이상의 것이다. 조금만 세심하게 살펴보면 우리는 자연이 기본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은 아주 다양한 것을 산출해나갈 뿐 아니라 극적이기까지 한 발전 과정이며 영원히 변화하는 현상임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자연의 외계인”이므로 “그 어디에서도 환경 세계와 ‘함께’ 진화할 수 없다”는 캐나다의 생태학자 닐 에번든(Neil Evernden)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 또 지구를 살아 있는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인간은 “지성을 갖춘 벼룩”에 불과하다는 가이아 이론가들의 주장도 말이 안 된다. 인간과 자연 진화를 분리하는 이런 주장들은 설득력이 없으며 피상적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들은 잠재적으로 인간을 증오한다. 인간은 고도의 지성과 뛰어난 자기의식을 갖춘 영장류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인간은 진화에서 벗어난 존재가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다.
자연을 지배해야겠다는 ‘생각’은 다름 아닌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 사회의 지배구조는 인간이 자연계의 존재들 또한 위계적인 연쇄 구조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런 자연관은 역동적인 진화의 관점, 즉 생명계가 주체성과 유연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관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정적인 자연관이다. (…)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자연 지배’의 관념은 계급과 위계구조가 없는 사회가 도래해야만 극복될 수 있다. 계급과 위계구조의 존재는 공사 영역에서 지배와 복종을 야기하고 세계를 착취의 대상으로 사물화한다. (…) 경제적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 위계질서로 구조화된 사회가 종식되지 않는 한 우리는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