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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73819959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09-10-12
책 소개
목차
지어도 돼?
그가 보낸 택배
리뷰
책속에서
망상도 하고, 애인이 필요하단 생각도 한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남자와 맞닥뜨리면 이야기는 또 다르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남자애한테 초콜릿을 줄 수 있었던, 망상에서 현실로 단번에 점프할 수 있었던, 먼 옛날이 그립다. 내 자신이 어떤 타입을 좋아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나이였기에 가능했겠지. 그런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상대를 보자마자 대뜸, 면이구나, 실크군, 레이온인가? 하는 식으로 부류를 나누고, 그걸로 끝이다.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상상이 되니까 귀찮은 거다. 그러면서 타인 안에 있을 자리를 바라다니, 그런 모순이 또 없고, 이런 염치없는 말을 하니까 줄곧 혼자인 거다.
“집, 갖고 싶다.”
눈곱만큼이라도 빈 공간에 둘러싸여 있는 독립된 건물. 그 개체를 온전히 가지고 사는 나. 그려본 순간, 머릿속 안개가 걷혀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있을 곳. 서른 중반의, 적극적이거나 활동적이지도 않은 내가 찾고 있는 그것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도 일로써 성공하는 것도 아닌, ‘장소’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공간으로 지켜지는 개별 장소. 거기서 산다면, 혼자여도 여유로운 시간이 흐를 것만 같다.
“현관문을 열면, 욕실인 집.”
“지친 몸으로 돌아와 거실에 주저앉아 버리면, 씻는 것도 귀찮아서 TV 보고 어쩌고 하면서 마냥 미루게 돼요. 그러니까, 일단 욕실을 거치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집, 어때요?”
“난, 초등학교 때 굉장히 몸이 약해서, 병원이나 집에 누워 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한창 바깥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할 나이인지라 이불 속에서 천장만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고 한다.
“천장이 자동으로 개폐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나를 가두고 있는 ‘집’이 싫어서.”
그래서 『어린 왕자』의 집이 부러웠다고 한다. 어린 왕자는 우리 집만 한 작은 별에 살고 있다. 별 위에 집이 있는 게 아니라, 별 자체가 집. 이상하지만, 바깥인데 집인 것이다. 어린 왕자가 오도카니 의자에 앉아 석양을 보고 있는 삽화를, 나는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