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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명상/수행
· ISBN : 9788974795986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1-06-18
책 소개
목차
1. 숨은바위-서울 도봉산 선인봉 석굴암
2. 아궁이 살인사건-부안 내변산 월명암
3. 맑고 향기로운 변소-봉화 문수산 축서사 북암
4. 3일간의 사랑-동두천 소요산 자재암
5. 대승으로 우는 종소리-문경 사불산 대승사
6. 육두문자 법문-의정부 도봉산 망월사
7. 붉은 생명의 절벽-여수 돌산도 향일암
8. 땅 끝에서 만난 하늘 끝-해남 달마산 도솔암
9. 메토이소노를 찾아서-인제 설악산 봉정암
10. 내 마음의 연금술사여, 지리산 뻐꾹새여-산청 지리산 법계사
11. 동백나무 할아버지, 배롱나무 할머니-영광 일명산 연흥사
12. 거기, 우리가 있다-원주 치악산 구룡사
13. 돋을새김과 얕은새김-서울 북한산 삼천사
14. 문신-경주 남산 칠불암
15. 행복한 눈물-창녕 화왕산 관룡사
16. 거울에 나를 비춘다-보은 속리산 복천암
17. 노독(路毒)의 꽃-함평 모악산 용천사
18. 깃발 속으로-제주 한라산 관음사
19. 긴 허공 붉은 안개-태백시 태백산 망경사
20. 내 삶의 이어도-서귀포 마라도 기원정사
21. ‘버림’과 ‘비움’의 문양-영덕 운서산 장육사
22. 곱게 늙은 천 년-구미 태조산 도리사
23. 일천 강에 비친 달-문경 희양산 봉암사
24. 뜻이 높아 왔느냐? 티끌 같아 왔느냐?-순천 조계산 송광사
리뷰
책속에서
어려서부터 나는 왠지 절집이 좋았다.
포근했다.
마치 어머니의 품속 같았다.
그래서 자주 갔다.
절집에 가면 나를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잃어버린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어 더더욱 좋았다.
절집은 나의 전생이고, 금생이고, 내생이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던 나의 절집들.
그 절집들은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었고,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었다.
절집은 또한 내 마음의 초콜릿이었다.
배고프고,
우울하고,
화나고,
외로울 때마다 맛있게 먹었던 내 마음의 붓다 초콜릿들.
그 초콜릿들 속에서 나는 나의 전생을 보기도 했고,
금생과 내생을 보기도 했다.
절집을 순례하는 동안, 나는 내 인생을 다시 배웠다.
힘들고 고됐지만, 나는 기꺼이 내 인생수업을 다시 했다.
절집에 갈 때는 노트와 연필이 필요 없었다.
지우개도 필요 없었다.
부처님 말씀은 받아 적지 않아도 내 마음노트에 자연히 기록되었고,
지우고 다시 써야 할 해답과 정답도 없었다.
모든 것이 해답이고, 정답이었다.
‘문종성번뇌단(聞鐘聲煩惱斷).’
목탁소리와 죽비소리는 내 영혼을 깨우는 소나타였고, 새벽을 여는 법고소리와 범종소리는 내 번뇌와 망상을 단박에 끊어주는 칼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내 마음노트에 기록하며 잠이 들었고, 돌아와서는 그 노트를 한 장 한 장 펼쳐보며 내 삶의 재고품들을 정리했다.
그리하여 절집여행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몸과 마음을 바꾸어 놓았고,
목적과 가치를 바꾸어 놓았고,
살아가야 할 이유와 방법도 바꾸어놓았다.
절집순례를 마친 지금, 나는 또다시 새로운 순례를 떠나려 한다.
다시 시작하는 절집순례는 좀 더 오랫동안 계속될지도 모르고,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지속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수많은 나를 다시 만나고, 수많은 나를 다시 떠나보낼지도 모른다.
이 마음 여행기를 쓰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스님들과 사부대중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많은 분들의 글과 기행문을 참조하고 인용했으나 여행기의 특성상 일일이 주를 달지 못했다. 그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여행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도 내 마음 속에서는 죽비소리가 울리고, 목탁소리가 울리고, 법고소리와 범종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2011. 봄날
제령골 명지산에서
승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