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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88974833060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07-02-2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옛 책에서 만난 사람, 삶을 이야기하다
一. 거지에 홀린 선비, 추문 속에 꽃을 보다
청춘 거지에 홀려 풍류 판을 펼치다 - 성대중의 개수전
풍문 속의 떠돌이 거지 - 박지원의 광문자전
거지 예술가, 신선이 되다 - 김려의 장생전
망태 속에 감춘 인생 - 김려의 삭낭자전
二. 가릴 수 없어 쏟아진 재능, 세상을 울리다
취기에 젖어 세상을 조롱하다 - 남유용의 김명국전
타고난 재능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 조희룡의 예인전
벙어리 칼의 장인, 소리 없는 날카로움을 베다 - 이옥의 벙어리 신씨전
기억의 조각으로 이은 천재 시인의 생애 - 이상적·김조순·이덕무·박지원의 이언진전
三. 이 여자의 파란만장한 생애, 상식을 뒤바꾸다
살인자인가, 열녀인가 - 이덕무의 은애전
궁녀 수칙이 숨어 산 까닭 - 성해응·이건창·이옥의 수칙전
이 여자가 독신으로 살아간 사연 - 조구명의 매분구전·옥랑전
영월의 빛, 어린 기생의 절의 - 홍직필의 기생 경춘전
四. 호협한 풍류 남아, 세상을 들썩이다
도박장의 협객, 시인이 되다 - 조희룡의 김양원전
모두가 벌벌 떠는 싸움꾼 - 조희룡의 장오복전
미인을 돌처럼 본 미소년 - 조희룡의 천흥철전
협기를 버리고 착실히 살다 - 유재건의 박원묵전·정래교의 김택보 묘지명
五. 비천한 골목의 선비, 그늘진 어둠을 걷다
사람의 훈향으로 날씨같이 물들이다 - 홍직필의 서석린전
신분이 낮다고 인품도 낮을까 - 조희룡·김희령의 박영석전
아버지의 성을 버리고 어머니의 성을 따른 생원 - 김낙서의 문김 생원전
六. 몸의 역사를 읽는 명의, 희망의 불꽃이 되다
독학자, 백광현 - 정래교의 백태의전
평등한 몸의 교신자 - 홍양호의 조광일전
아픔이 아픔에게 - 김려의 안황중전
七. 이름 없는 소년 소녀, 언어의 집 속에서 영생을 얻다
효도의 길에 묻힌 소년 절명기 - 홍양호·유재건의 홍차기전
법의 마음을 움직인 효심 - 정래교의 취매전
유괴된 서울 소년, 무전여행을 하다 - 조희룡의 유동자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희룡이 쓴 '최북전'은 그의 기이한 성품과 행적에 관한 호기심으로 일관한다. 황공망을 존경해 본받으며 닮고 싶어 했지만 결국 자신의 필법으로 일가를 이루었다는 언급에서는 '독창성'과 '고유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 조희룡의 예술관이 엿보인다.
조희룡이 주목한 것은 곧잘 흥분하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우뚝한 성품이다. ... 신분이 낮은 처지의 화가였지만 고관대작을 만나도 절대 기죽지 않은 최북을 보고 조희룡은 같은 중인으로서 시원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최북은 화가로서 재능을 인정받아 당대의 명사들과도 교유했으며, 그림을 그려 달라는 고관대작의 집에도 드나들었다. 그런 집에 어떤 이가 찾아와 최북을 가리키며 "저자는 누구요?"라고 한 것이 최북의 귀에 거슬렸다. 최북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마주 보며 되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최북은 신분의 고하로 사람의 귀천을 가르던 조선 시대의 제도에 단박에 금을 그은 해체주의자다. 호방한 성품과 예술 세계에 대한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에게 그림을 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 때나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감성과 직관이 무르익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잇는 응집된 시간을 조율해야 했다. 제아무리 고관대작이라 해도, 값을 따지지 않고 그림을 요구한다고 해도, 그리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붓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스스로 '호생관'이라는 호를 붙인 최북이지만 돈과 권위를 내세우며 그림을 내놓으라는 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그림을 가질 자격이 없는 자의 야만이기 때문이다.
- 본문 112~113쪽, '가질 수 없어 쏟아진 재능, 세상을 울리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