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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프리카소설
· ISBN : 9788975276231
· 쪽수 : 44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리석은 자여, 심은 씨는 죽지 않고서는 살아날 수 없느니라. 네가 심는 것은 장차 이루어질 그 몸이 아니라 밀이든 다른 곡식이든 다만 그 씨앗을 심는 일일 뿐이라.
-고린도전서 15장 36절
와이야키와 전사들이 무기를 들었다. 쇠뱀이 오지(奧地)를 철저하게 착취하기 위해 나이로비를 향해 빠른 속도로 구불구불 움직였다. 뱀은 자기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코웃음을 치며 땅에 착 달라붙었다. 백인은 불과 연기를 토해내는 대나무 막대로 응수했다. 와이야키가 체포되어 손발이 묶인 채 끌려간 후에도 백인의 위협적인 웃음소리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았다. 와이야키는 키부웨치에서 산 채로 묻혔다고 했다. 바다와 땅에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막강한 기독교 여인에게 덤벼들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였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돌이켜보건대 와이야키의 피는 토양과의 결합에서 주된 힘을 얻는 조직을 태어나게 만든 한 알의 씨를 그 안에 담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 어머니의 치마를 입고 앞치마나 두르는 게 어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싸우러 갔는데, 당신은 백인의 발을 핥으려고 뒤에 남았어.’
저는 이렇게 분명히 말했어요. 그 사람이 저를 때릴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제 말이 그를 괴롭혔나 봐요. 입술을 움직여 뭔가를 말하려고 했어요. 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천천히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은 이해 못해. 당신은 우리 모두가 숲이나 수용소에서 죽고, 백인들만 이 땅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거야? 백인은 강해. 결코 그걸 잊지 마. 나는 그 힘을 맛봤기 때문에 그걸 알아. 조모 케냐타가 로드와르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 영국은 일본과 말레이 반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숲에 폭탄을 퍼부을 거야. 그리고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뭄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아. 용감한 사람이 전쟁터에서 죽을 때 비겁한 사람은 살아서 어머니를 모시는 거지. 재난을 피하는 것은 비겁한 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