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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75278112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1권
에코
소름끼치는 마법사 아이스핀
소름마법사의 저택
아이스핀의 작업장
지방 수집
마법사와 소름마녀들
크닐쉬 위간신장과 마법외투철갑상어 알
가죽쥐들의 무덤
지붕으로 된 지붕
유령 요리법
코양이와 소름마법사
삶은 유령 셔츠
차모니아에서 가장 작은 이야기
소름보름
아이스핀의 지하 고문실
법률 상담
냄새로 즐기고, 귀로 즐기고, 맛으로 즐기기
인식과나무
그림자잉크
탈출
지방저장실
백설과부
소름마녀학
황금 다람쥐
흡혈 가죽쥐가 되다
굶주림
소름마녀거리
죽음의 친구들
뻘건 수염 난쟁이
마지막 소름마녀
두 번째 인식과
아이젠슈타트
2권
벌빵
잔칫상
소름마녀의 지하 정원
코양이박하
치즈박물관
무당개구리숲에서
연금술과 소름술
자물쇠 따기
사랑의 묘약
아이스핀의 춤
녹색 연기
적포도주
신부복
소름마녀와 마법사
결혼 만찬과 마지막 식사
마지막 아침
금
진정한 사랑
잘못 고른 심장
혁명
처형 유예
데몬들
죽음의 춤
소름참나무 음악
이자누엘라의 길
첫눈에 반한 사랑
다시 깨어난 슬레트바야
후기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차모니아 대륙 그 어디보다 약국과 약초가게, 돌팔이 의사, 보철사, 목발 만드는 사람, 붕대 짜는 사람이 많은 도시를 상상해보시라! 이 도시에서는 만나면 하는 인사가 “아야아야!”고, 헤어질 때는 “빠른 쾌유를!”이다. 거기서는 에테르와 고름 냄새가 나고, 간유와 구토제, 요오드와 죽음의 냄새가 났다. 역동적인 삶을 꾸려가는 도시가 아니라 근근이 연명해가는 도시였다. 숨을 쉬는 게 아니라 겨우 꼴깍꼴깍 했다. 아무도 웃지 않았고, 누구나 신음 소리만 냈다. 집들도 거기 사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병든 것처럼 보이는 동네를 상상해보시라! 지붕은 곱사등처럼 불룩하고, 전면은 벽에 이어 붙인 장식용 나무판자들이 뜯겨나가고 석회가 뚝뚝 떨어져 곳곳에 사마귀가 돋은 듯한 모습이다. 가옥들은 무너지지 않으려고 폐병쟁이들처럼 서로 기대 서 있다. 일부는 목발 같은 비계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 그런 광경을 상상할 수 있으시겠지? 됐다. 그럼 이제 슬레트바야에 온 거다. - 에코, 1권 11∼12p.
에코는 입이 떡 벌어졌다. 성 안에 이런 방은 어디에도 없었다. 완전히 금속으로 된 방이었다. 벽이고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녹슨 철로 돼 있고, 가구들은 번쩍번쩍 하는 강철에 구리 장식물이 달려 있었다. 커다란 침대 하나는 놋쇠로 돼 있었다. 창문은 없었다. 모든 것이 고통의 초가 발하는 불빛으로 환히 빛났다. 벽에는 은과 금으로 된 액자에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아이스핀이 직접 그린 것 같았다. 내용은 아이젠슈타트의 황량한 풍경이 대부분이었다. 안개에 휩싸인 공장 굴뚝, 빗속에 녹 슬어가는 기계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맷돌만 한 톱니바퀴 등등. 화병에 꽂힌 장미도 쇠였다.
“편히들 지내시오.”
소름마법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새 집에 온 걸 환영하오, 플로리아!”
“플로리아라니….”
에코의 뇌리에 퍼뜩 이런 의문이 스쳤다. 플로리아 폰 아이젠슈타트. 무당개구리숲 공동묘지에 있는 죽은 옛날 여주인 묘비가 갑자기 생각났다.
“플로리아?”
소름마녀가 영문을 몰라 물었다. 에코가 앞발로 소름마녀의 발을 살짝 쳤다. 이제 에코는 모든 게 이해가 갔다. 사랑의 묘약의 달콤한 독과 코양이박하향수의 효능 탓에 아이스핀은 옛날 애인, 즉 에코의 죽은 여주인이 마침내 자기 앞에 현실로 나타났다고 믿게 된 것이다. 플로리아 폰 아이젠슈타트. 청년 시절부터 간직해온 이 여성미의 이상형을 아이스핀은 이자누엘라에게 투사하고 이자누엘라를 평생 찾아 헤매던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소름마녀는 에코의 손짓을 금세 알아듣고 더 묻지 않았다.
“그거, 정말, 멋진 이름이네요.”
소름마녀가 말을 더듬었다. 소름마법사는 미소를 지었다. - 결혼 만찬과 마지막 식사, 2권 172∼173p.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달이 꽉 차면, 그러면…… 음…… 완전히, 그러니까 완전히 코양이다워지거든. 난 늘 코양이답다는 표현을 써.”
“신이 난다, 그런 말이지?”
“그래, 바로 그거야. 잠도 안 오고, 잠이 들어도 아주 코믹한 꿈을 꿔. 기분도 아주 코믹해지고.”
“코믹한 꿈이라, 코믹한 기분이라……. 그래, 그렇군.” 피요도르가 말했다.
“이제 우린 존재할 수 있는 사물의 영역에 들어선 셈이야. 별들 사이에 존재하는 암흑 같은 것 말이야. 이 경우엔 사랑이지. 살면서 사랑의 포로가 될 수 있어. 아닐 수도 있고.”
“사랑?” 에코가 물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얘기가 또 튀어나왔다.
“넌 아직 어린 코양이니까. 아직 춘사기지.”
“춘사기?”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피요도르가 머뭇거렸다. 처음부터 너무 멀리 간 것 같았다. 에코는 아직 이런 주제를 논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옛날 주인이 아직 그런 얘기 안 해줬어?” 피요도르가 물었다.
“안 해줬냐고? 무슨 얘기?”
“음, 그…… 그거 말이야.”
“그거? 그거 뭐?”
“난 사랑 얘기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아, 참…… 이걸 뭐라고 해야 되나…….”
피요도르는 난감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이 부담스러운 문제를 가급적 간단히 넘기고자 했다. “그러니까…… 암코양이랑 관계가 있는 거야.”피요도르는 이렇게 말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모든 얘기를 다 했고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버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에코는 물러서지 않았다. “암코양이?”
“그래. 여자 코양이.”
“또 다른 종류의 코양이가 있다는 거야?”
“그럼, 그렇고말고. 전혀 다른 종류지. 그러니까, 네가 이 세상에 어떻게 나왔는지 전혀 모르니?”
“알지. 주인아줌마가 얘기해줬어. 코양이박하 덤불에서 따왔댔어.”
“나 원 참….”피요도르가 앓는 소리를 했다.- 소름보름, 1권 150∼15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