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프리카소설
· ISBN : 9788975278457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09-12-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가 자신의 말을 반복한다.
“아니. 내 몸 안에는 나사가 없어. 나사가 있다면 기계인간이지. 나는 기계인간이 아니란다.”
하지만 류바는 기계적인 다리가 아니라니까 다리에 흥미를 잃는다. 아이는 입맛을 다시면서 요구르트를 다 먹고 잠바 소매로 입을 닦는다. 그는 티슈를 뽑아 입술을 닦아준다. 아이는 그가 그렇게 하도록 가만히 둔다. 그는 소매도 깨끗이 닦아준다.
어린 아이한테 손가락을 댄 건 처음이다. 한순간, 아이의 손목이 그의 손에 늘어져 있다. ‘완벽하다.’ 다른 말로는 표현할 도리가 없다. 사람은 새로운 모든 것을 갖고, 완벽한 순서로 된 모든 것을 갖고 자궁에서 태어난다. 손상되어 태어나는 몸도, 예를 들어 이상하게 생긴 수족이나 스파크를 일으키는 뇌를 갖고 태어난 몸도, 하나하나의 세포는 창조의 날에 그러한 것처럼 신선하고 깨끗하고 새롭다. 하나하나의 새로운 탄생은 새로운 기적이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든다.
“인생의 새 장이 열리고 옛 장은 덮였어요. 당신은 그것에 작별인사를 하고 새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받아들이세요. 그렇게만 하면 돼요. 그렇게 되면 닫혔다고 생각했던 모든 문들이 열릴 거예요. 두고 보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자연스럽게 느끼고 싶어 할까? 그는 매질 로드에서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느꼈던 걸까? 아무런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의 의미일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 말이다. 밀로(Milo)의 비너스는 자연스럽게 느낄까? 팔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밀로의 비너스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의 이상으로 받들어진다.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에게도 원래 팔이 있었는데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팔을 잃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 애절한 것으로 만들 따름이다. 하지만 만약 비너스가 실제로 팔이 잘린 사람을 모델로 했다는 게 앞으로 밝혀지면, 그녀는 지하 창고로 금세 치워질 것이다. 어째서 그럴까? 어째서 여자의 파편적인 이미지는 찬미의 대상이 되지만 파편적인 여성의 이미지는 잘린 부분을 아무리 말끔하게 봉해 놓아도 그렇지 못하는 걸까?
오랫동안 바라고 필요로 했던 변화를 가져온 건 그의 기억 속에 아른거리는 마리야나의 미소다. 즉시, 암울함과 검은 구름이 모두 걷힌다. 그는 마리야나를 고용한 사람이고 그녀의 보스이며, 그녀는 자신의 요구에 따라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말쑥하게 해놓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는 우중충한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꽃을 배달시키기까지 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그가 여자에게서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는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지었으면 싶다.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줬으면 싶다.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 아무리 작더라도 자신의 자리가 있었으면 싶다. 그는 그녀의 연인도 되고 싶은 걸까?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걸 간절히 바란다. 그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인 드라고, 류바, 아직 보지 못한 세 번째 아이를 사랑하고 보듬고 싶다. 맹세코, 그녀의 남편에 대해서는 눈곱만큼의 악의도 없다. 그는 그녀의 남편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고 마리야나의 남편이 될 수 있다면 그는 어떤 것이라도 내놓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공동의 아버지, 공동의 남편이 될 수도 있고, 플라토닉해도 괜찮으리라. 그는 그들을, 그들 모두를, 돌봐주고 보호해주고 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