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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75278655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0-07-27
책 소개
목차
결정
잔해
예언
수장
냉혈
귀가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배신의 정의는 무엇일까? 신뢰를 짓밟히는 것이 배신일까? 그러나 신뢰는 짓밟히는 바로 그 순간에 무너지고, 결국 남는 것은 자존심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존심이 바로 배신이라는 행위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와 여자에게 배신당한 남자가 서로 얼음처럼 냉랭하게 테이블을 마주하고 대치한다. 얼음의 차가움 못지않게 뜨겁게 타오르는 자존심을 유일한 방패로 삼고._34쪽
어쩌면 그는 이 세상 어딘가에 불변의 존재가 있다고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다보면 치열한 감정도 닳아서 둔해지고 느릿한 변화의 물살에 삼켜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그에게는 견디기 힘든 것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영원히 지속될 마음을 찾고 싶다고 아이처럼 연애를 한 것이리라. 마사코가 말한 ‘외롭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표현은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닐까.
무라카와는 가련하고 어리석은 남자이다.
그는 변해버리는 것 속에 외로움과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입에 당기는 꿈의 과실만을 원한다. 그것을 먹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고대의 황제처럼._113~114쪽
“엄마예요. 살해를 의뢰한 건 엄마.”
역시 중년 남녀는 무라카와 아야코의 부모였던 것 같다. 그러나 무라카와는 요전부터 큰 오해를 하고 있다.
“잠깐만. 어째서 엄마가 너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
“머리가 이상하니까.”
네가? 아니면 엄마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가족과 있을 때에는 검은 옷이네. 어째서?”
“물들고 싶지 않으니까요. 저 사람들이 하는 짓엔 완전 넌덜머리 나. 오늘도 봤죠? 도쿄에서 학회가 있을 때마다 엄마는 아버지를 따라와요. 잠시라도 눈을 뗀 사이에 다른 여자한테 도둑맞을지도 모른다고,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하죠. 바보 같아요. 설령 그렇게 된들, 다 인과응보인 것을.”
인과응보. 그런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듣기는 처음이었다. 과연 불상을 좋아하는 여자답다._195~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