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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5279065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0-02-15
책 소개
목차
제 1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세상은 주문과 마법으로 이루어졌다”라고.
제 2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뚜껑을 열었을 때는 이미 승부가 나 있는 법이다”라고.
제 3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어떤 장소에 처음 가거든 제일 먼저 몸을 숨길 곳부터 찾아야 한다”라고.
제 4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실수했다고 생각되면 바로 고쳐라. 그게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이다”라고.
제 5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쓸모없는 것에는 쓸모없는 이유가 있다”라고.
제 6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닫힌 세계는 반드시 썩는다”라고.
제 7 장
후지타 교수가 말했지, “이름이 훌륭한 것일수록 내용은 비었다”라고.
제 8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악의와 무능은 구별이 잘 안 되고 구별할 필요도 없다”라고.
제 9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한 번 생긴 흐름은 간단하게 변하지 않는다”라고.
제 10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목표가 보이지 않을 때 기다리는 것이다”라고.
제 11 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마음에 자라고 있는 전갈을 풀어 주거라”라고.
제 12 장
나는 말했지, “길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리뷰
책속에서
찐 계란 교장 선생님 건너편에 처음 보는 아저씨가 앉아 있다. 검은색 양복을 말쑥이 차려 입고 넥타이도 맸다. 옷차림이 늘 엉망인 아버지와 정반대다. 교장 선생님이 그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아이가 소네자키 카오루입니다.”
내가 인사를 하자 교장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갑자기 불러서 놀랐겠구나. 실은 지난번에 치렀던 잠재능력 시험 건 때문에 불렀다.”
불길한 예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찔했다.
잘 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려오다니……. 혹시 이름 쓰는 걸 잊어버렸나?
교장 선생님은 내 생각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시험에서 자네가 전국 1위를 했다.”
땡땡땡! 머리에서 종소리가 났다. 어어어? 뭐라고? 그럴 리가?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갈 지경이다.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받으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일본에서 1등을 하다니……. (11쪽)
스즈키 교감 선생님은 작게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었다.
“소네자키가 일전에 치른 전국통합잠재능력시험에서 전국 1등을 했다.”
교감 선생님은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믿을 수 없지만.”
(……)
“교감 선생님! 중요한 대답을 안 해주셨어요. 소네자키는 중학교를 그만둬야 하나요?”
선생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미안, 미안! 소네자키는 학교를 그만두지 않는다. 대신 일주일에 두 번 도죠 대학 의학부로 가서 연구할 거다. 물론 중학교 공부도 병행할 거고.”
앗! 이럴 수가!
지리하고 따분한 새장에서 탈출한다는 꿈은 망상에 불과했단 말인가! 결국 짐만 잔뜩 늘어난 셈이잖아?
어째 이런 일이!
‘무엇이든 지나친 건 좋지 않다. 적당한 것이 제일이다.’
나는 사실 그게 무엇이든, 일본 제일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의대에 들어가고 싶어 한 적도 없다. 그저 잘 아는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너무 기쁜 나머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풀었을 뿐이다.
그것이 화살이 되어 내게 돌아오다니!
후지타 교수가 나를 보며 기분 좋게 말했다.
“잘 왔네. 우리 후지타 연구실에. 이것이 자네에게 주는 내 선물이네.”
책상 위에 천을 덮어 놓은 무엇인가가 있다. 무엇일까? 내가 흥분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후지타 교수가 씩 웃으며 천천히 하얀 천을 걷었다. 마치 연극배우처럼.
“짠!” 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산처럼 쌓인 책들이 나타났다. 세어보니 모두 10권이었다.
“앞으로 자네가 읽어야할 최소한의 참고서일세. 연구에 필요한 것들이지. 이것들을 다 읽어오도록.”
네? 지금 뭐라고요? 이 10권의 책을 전부 읽어오라고?
“이것이 자네에게 주는 내 선물이자 첫 과제네.”
현기증이 일었다. 만화라면 몰라도……. 나는 기가 차서 후지타 교수에게 물었다.
“저기, 만화판 해설서 같은 것은 없습니까?”
그 순간 후지타 교수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나는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후지타 교수는 막다른 방문 앞에 도착해 뒤를 돌아보았다.
“소네자키 군! 하나만 주의하게. 지금 통과한 복도 좌우에 있는 문은 결코 열면 안 되네.”
후지타 교수의 단호한 말을 이 복도에서 들으니 독특한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
“저 방들은 예전부터 해부된 사람들의 장기를 포르말린에 담아서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야.”
“섬뜩하네요. 교수님 그런 농담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후지타 교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내가 자네한테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지?”
막 지나온 복도를 돌아보았다. 이곳에 시체들이 쌓여 있다니! 나는 그 말 한마디에 몸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다잡고 후지타 교수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