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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76821140
· 쪽수 : 96쪽
책 소개
목차
모파상의 시칠리아 여행지도
시칠리아
옮긴이 해제
기 드 모파상 연보
리뷰
책속에서
지중해의 진주인 이 섬은 관례적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지방도, 알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도, 이탈리아처럼 매우 고상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있는 곳도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관점에서 시칠리아는 여행자들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칠리아의 자연적 미와 예술적 미가 주목받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곡창이라고 불리는 이 땅이 얼마나 비옥하고 활기찬지 알고 있다. 마치 아름다운 처녀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그녀를 소유하고자 서로 싸우고 죽이는 수많은 남자들의 격렬한 욕망처럼 여러 민족들이 번갈아 이 땅을 침략하고 점유했을 정도다. 이곳은, 스페인이 그러하듯이, 오렌지나무의 고장으로 봄에는 그 꽃향기만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매일 밤 바다에서,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인 에트나 산이 거대한 불꽃을 피워올리는 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꼭 보아야 할, 세상에서 유일한 땅인 이유로 섬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하고 신성한 하나의 박물관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고딕풍의 대성당 안에 들어가면 엄숙한, 아니 거의 슬픈 감정을 느낀다. 규모는 웅장하고 위엄이 서려 있지만 매혹시키지는 않는다. 이곳에서 우리는 색채가 형태들의 아름다움에 첨가하는 거의 관능적인 무언가에 감동받고 사로잡힌다.
빛이 들어오지만 어두운 이 성당을 설계하고 건축한 사람들은 분명히 독일이나 프랑스 성당의 건축물과는 아주 다른 종교적 정서의 이념을 지닌 것 같다. 그들의 특별한 재능은 그토록 경이롭게 장식된 중앙홀 안에 햇빛이 들어오게 하는 것을 불안해했다. 즉 빛이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전혀 볼 수 없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벽에 스며들거나 신비하고 환상적인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들어오도록 해서, 성벽 그 자체가 빛이 되거나 사도들이 사는 거대한 황금빛 천국이 되는 방식으로 중앙홀의 채광이 이루어지도록 신경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