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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76821195
· 쪽수 : 80쪽
책 소개
목차
라마르틴의 예루살렘 여행지도
1832년 10월 28일
1832년 10월 29일
옮긴이 해제
알퐁스 드 라마르틴 연보
책속에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저 멀리 확 트인 전망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가 있는 유대 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와 아라비아 산맥 사이의 풍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곳은 벌써 아침의 뿌옇고 출렁이는 햇살로 넘쳐나고 있었다. 우리의 발 아래 크고 작은 회색빛 돌들이 부서진 채 굴러다니는 낮은 산등성 너머는, 눈이 부셔 잘 보이지 않아 마치 넓은 바다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조용한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뿜어내기 시작하는 빛과 어둠이 만들어 내는 짙은 그림자와 불투명한 은빛의 출렁임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환상이었다. 이 상상의 바다 끝으로 지평선에서 조금 왼쪽 방향으로 한 4킬로미터쯤 떨어져 보이는 곳에 수많은 사각의 종탑들과 이슬람 사원의 우뚝 솟은 미나레트(minaret, 이슬람 사원의 첨탑)와 낮은 언덕의 꼭대기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건물들의 노랗고 넓은 성벽 위로 태양이 반짝이고 있었다. 낮은 언덕에 가려져 다른 언덕의 기슭은 보이지 않았다. 미나레트의 꼭대기, 성벽의 총안(銃眼), 종탑 뒤에 피라미드 모양으로 서 있는 돔의 검고 푸른 꼭대기를 보자, 산허리를 따라 내려온 도시의 위쪽 부분만 볼 수 있었지만 어떤 도시인지 알 수 있었다. 예루살렘 말고는 다른 곳일 수 없었다. 예루살렘은 아직 멀리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우리들 모두 환영이 깨져 버릴까 두려워 안내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도시를 처음으로 훔쳐보는 즐거움을 조용히 만끽했다. 도시의 모든 것이 예루살렘이란 이름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 그곳이었다. 광택 없는 짙은 누런색의 예루살렘은 창공의 푸른색과 올리브산(Mount of Olives, ‘감람산’)의 검은색을 배경으로 그 모습을 뚜렷이 드러냈다._13~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