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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현대철학 일반
· ISBN : 9788976823250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서문 “당신이 항상 철학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감히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
01 해체와 파괴: 자크 데리다와의 대담
02 욕망하는 기계들과 단순한 기계들: 펠릭스 가타리와의 대담 I
03 “철학이란 무엇인가?”: 펠릭스 가라티와의 대담 II
04 투명성의 바이러스: 장 보드리야르와의 대담
05 민족 미학과 형이상학 전통: 필립 라쿠-라바르트와의 대담
06 참을 수 없는 표상/재현 불가능성: 장-뤽 낭시와의 대담
07 거대한 자동 기계: 폴 비릴리오와의 대담
08 논증 없는 철학: 리처드 로티와의 대담
09 외설적 보충물: 슬라보예 지젝과의 대담
10 유토피아를 위한 장소는 언제나 존재한다: 수잔 벅-모스와의 대담11 미디어와 담론: 보리스 그로이스와의 대담
후기 Apocalypse Now 옮긴이 후기 미하일 리클린과 포스트-소비에트 시대의 러시아 사유
책속에서
대담 전체를 다시 읽어 나가며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다른 하나는 소비에트의 경험에 대해 현대 철학의 거장들이 보여 주었던 커다란 관심과 흥미이다. 소비에트의 경험을 어떻게 개념화할 것인가는 그 자체로 고유한 지적 과제를 구성한다. 10월 혁명은 20세기 지성사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 가운데 하나였으며, 오랜 시간 동안 사유의 현대적 지평을 규정해 왔고, 특히 정치적 사건이 지성사적 사건으로 변환되는 기점 역할을 맡곤 했다.
각각의 대담들은 그 시간적 순서에 따라 편집·배열되어 있지만, 뜻밖에도 일정한 논리적 순서를 따르고 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가장 쟁점적인 것은 두 가지 담론적 흐름, 즉 자크 데리다에 의해 주창된 해체론적 패러다임과 질 들뢰즈 및 펠릭스 가타리의 분열분석이다. 내가 이 책의 제목을 ‘해체와 파괴’라고 붙인 이유는 이 두 가지 사유의 도정이야말로 전통 철학에 대한 현대적 사유의 관계를 규정짓는 가장 의미심장한 이정표가 되리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서문 중에서
하지만 제 자신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또 종종 독자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싶은 것은, 해체란 대단히 개별적인 상황을 지칭하는 것이며 그것이 발생하는 여러 다양한 구체적인 조건들에 깊이 의존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예컨대 만일 당신이 해체의 프랑스적 모델을 당신 나라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시키려 한다면, 그 시도는 실패로 귀결되거나 별다른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감히 그렇게 하라고 충고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와 반대로 저는 이렇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각자는 자신이 처해 있는 특수한 역사적·정치적·이데올로기적 상황에서 해체의 고유한 방법을 발명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 본문 23~24쪽, 자크 데리다의 말
스탈린주의의 가장 어두운 시절이기도 했던 1930년대 중반의 공산당 전당대회를 예로 들어 볼까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당시 스탈린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욱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당시 실제로 금지되어 있던 것은 비단 스탈린을 비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러한 금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행위 자체도 금지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 스탈린 동지를 비판할 수도 있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단지 그러지 않을 뿐인,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척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 본문 277쪽, 슬라보예 지젝의 말
테러리즘 체계의 본질에 부합하게도 새로운 세계 질서는 오랫동안 폭력을 외부로 수출하는 데 성공해 왔다. 하지만 그 폭력은 9월 11일 부메랑처럼 되돌아왔으며, 그 가장 중요한 상징물을 파괴해 버렸다. 지배 체제에 의해 테러로서 규정된 것, 그리고 적의 이미지를 띠고 필연적으로 드러난 것은 보드리야르나 비릴리오, 지젝, 벅-모스, 그로이스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바로 그 자신의 본질에 다름 아니었다. 이러한 본질을 그 자체로 인식하길 거부하는 한 지배 체제는 정확한 진단에 도달할 수 없을뿐더러 사태의 변화에 상응하는 섬세한 프로그램을 짤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에 대항하는 전쟁’이라는 슬로건은 고작 ‘테러에 대항하는 테러’로 읽힐 수밖에 없는 은폐된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그런 순환 논법은 사태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