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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마르틴 하이데거
· ISBN : 9788976826480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1-04-10
책 소개
목차
독자에게 5
서론・사팔뜨기 사유 9
1장・순수철학과 시대정신 23
2장・철학장과 가능한 것들의 공간 75
3장・철학의 ‘보수혁명’ 99
4장・검열과 형식 갖추기 121
5장・내적 독해와 격식 존중 149
6장・자가-해석과 체계의 진화 165
옮긴이 후기 177
찾아보기 187
책속에서
장의 효과, 즉 철학적 소우주의 특수한 제약이 철학 담론의 생산에 미치는 효과는 역설적으로 절대적 자율성이라는 가상에 객관적 토대를 마련해 준다. 이 가상은 철학-즉 철학이라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장-의 보수혁명가인 하이데거의 저작을 좀바르트나 슈판 같은 경제학자들의 저작이나, 슈펭글러나 윙거 같은 에세이스트들의 저작과 비교하는 일을 선험적으로 금지하거나 거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흔히들 하이데거를 이 자들과 매우 가까이 놓고 언급하려 들곤 했겠지만, 이는 오직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이라는 식의 추론이 불가능하지 않은 한에서이다. 그러므로 적합한 분석은 이중의 거부 위에 구축된다.
19세기 말 이래,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자연과학의 발달, 철학적 반성의 전통적인 대상들을 앗아가려 한 사회과학의 출현으로 인해, [분과학문들에 대한] 지적인 지배를 주장해 온 반성 전문가 단체는 위협받게 된다. 그래서 반성 전문가 단체는 심리주의에 맞서, 특히 철학을 인식론에 국한할 것을 주장한 실증주의에 맞서 지속적으로 동원된다(‘자연과학적’, ‘실증주의적’이라는 형용사는 역사가들한테서조차 최종심처럼 작용했다). 사회학은 천박한 프랑스적 학문으로 생각되었고 (특별히 만하임처럼) 비판적 극단주의 편에 놓이게 되었는데, 전반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면서 ‘독일 민족주의자들’이 득세한 대학 세계의 시각으로 볼 때, 이러한 사회학은 결함투성이였다. ‘이해’의 예언자들은 사회학이라는 통속적 환원주의의 기획을 말하지 않을 정도로 경멸했고, 대개는 거명조차 않았다.
실상, 순수하게 정치적인 분석과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논리적인 분석 역시 이와 같은 이중적 담론의 이치를 해명하는 데 있어 무력하다. 왜냐하면 이 이중적 담론의 진리는 [한편으로] 형식 놀이가 전면에 내세우는 공표된 공식적 체계와 [다른 한편으로] 상징적 구조물 전체를 그 자체의 응집력으로 지탱하는 억압된 체계가 맺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세를 붙여 부각한 의미에다, 그 자체로 모호하고 애매한 낱말들이 나르는 여러 의미를 은폐할 힘을, 특히 [그 낱말들의] 일상적 사용에 들어 있는 가치 판단이나 감정적 함의를 은폐할 힘을 부여하면서, 고유한 의미만을, 다시 말해 고유하게 철학적인 의미만을 특권적 준거로 삼도록 강요하는 것, 이는 곧 유일하게 합법적이라고 지목된 독해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다. 여기서 철학의 입구, 즉 고유하게 철학적인 가상(illusio)은 어떤 언어의 채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같은 낱말에서 여타의 의미들을 거두는 정신적 자세의 채택을 상정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누구나 철학 담론을 다룰 수 있지만, 오로지 알맞은 코드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독해 방식을 가진 사람만이 그것을 참되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