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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6966438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아버지의 고향 / 하얀 그림책 / 퀴퀴한 동네 / 길 / 수습 시절 / 방황 / 어두운 활자 / 산길 / 종이 먼지 / 한국에서의 풍경 / 종전 전후 / 까치 / 모닥불과 산 / 철사와 대나무 / 진흙 / 우리 동네 / 소설을 쓰다
리뷰
책속에서
어머니는 일흔여섯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여든아홉까지 사셨다. 외아들인 나는 부모에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구속당했다.
내가 형제가 있었다면 조금은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집이 가난하지 않았다면 내가 좋아하는 길을 갔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이 ‘자서전’ 비슷한 것도 틀림없이 더 재미있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서는 부모의 애착 때문에, 열여섯 살 쯤부터는 가계를 거든다고, 그리고 서른 즈음부터는 처자식과 부모를 부양하느라 나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그러니 내게 즐거운 청춘이 있을 리 없었다. 칙칙하고 어두운 반생半生이었다.
결국 나는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신문에서 와세다 대학에서 나온 중학 강의록의 광고를 보고는 그것을 주문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지출마저도 그 이상 오래가지는 못했다. 끝내 장사가 안 됐기 때문이었다.
유치장에서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내 책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아버지는 입으로는 정치가 어떻고 하면서 큰소리를 쳤지만 사실은 소심했다. 이런 책을 읽으니까 불순한 사상에 물든다면서, 그 뒤로 내가 소설을 읽으면 쫓아다니며 막았다.
나 역시 문학 따위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서 생계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고 마음을 잡았다. 빚쟁이에게 시달리는 아버지를 보면서 더욱 그렇게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