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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8791421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5-11-16
책 소개
목차
특별 사면_7
쓰나미_49
그의 얼굴_89
도망_125
나는 몰라_163
어둠 속의 발소리_199
유형지 탈출_239
붉은 고양이_293
왼팔_331
빗소리와 강물 소리_365
역자 후기_410
리뷰
책속에서
“자네, 직공인가?”
목에 힘을 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묻는 말투가 예사롭지 않았다.
“아, 어, 예.”
신타는 말을 더듬었다.
“사는 데가 어디야? 집주인 이름은?”
신타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흠칫거리자,
“대답하지 못하는 걸 보니 집세도 필요 없는 곳에 사는 백수인 게로군. 미안하지만 잠깐 파수막으로 가지.”
라고 하면서 손목을 잡았다.
“행수님, 저는 파수막에 끌려갈 짓은 전혀―,”
신타가 기겁해서 손을 빼내려고 하자 남자는 꽉 잡은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었다. “잔말 말고 따라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얌전히 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말은 거짓이었다. 파수막에서 오라에 결박당해 덴마초로 직행했다.
감옥 도신에게서 간단한 심문을 받았다. 도신이 이름과 나이를 물었다. 그는 ‘노슈 무숙자 신타, 이십육 세’라고 장부에 적었다.
“저기, 나리. 대체 제가 무슨 죄로 여기에 갇히는 겁니까?”
신타는 고꾸라질 듯이 몸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범죄를 저지른 기억이 전혀 없었다. 다리 밑에 앉아 다리 위를 지나가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중인지 따위를 놓고 동료와 내기를 한 적은 있지만, 설마 그런 쩨쩨한 내기로 감옥에 갇히는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뭔가 중죄가 될 만한 혐의를 뒤집어쓴 것 같다는 예감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걱정 마라. 하룻밤 지내고 나면 알게 될 거다.”
도신은 체포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상해. 확실히 이상하다.
혹시 내 이름이 사면장에서 누락된 것은 아닐까. 에도 관청에서 무슨 착오로 내 이름을 빠뜨린 것은 아닐까. 동료를 보낼 때마다 주고로의 가슴에 그런 의문이 솟았다.
“이름이 누락돼?”
아버지를 이어 촌장이 된 2대 겐에몬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주고로를 흘겨보았다. 아직 서른도 안 된 젊은이는 부친과 달리 유형자를 모질게 대했다.
“허튼소리. 나라에서 하는 일에는 털끝만치도 실수가 없다. 지체 높은 나리들이 여럿이서 하시는 일이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보다 확실한 일이야. 네 사면이 예정보다 늦어진 게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나리들이 빼놓으신 것이지. 네놈의 얕은 생각으로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마라.”
겐에몬은 자신의 권위가 도전받기라도 한 것처럼 꾸짖었다.
주고로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에서 하는 일에는 실수가 없다! 철벽이다. 빈틈이 없다. 높다랗게 솟은 하얀 벽과 가람의 지붕처럼 거대한 부교쇼의 지붕이 그의 눈에 떠올랐다. 그곳에서 수많은 엄격한 관리들이 복잡한 서류를 펼쳐 놓고 차분하게 조사하고 있다. 그러자 주고로에게는 관리의 두뇌가 자신이 미치지 못할 만큼 고급스러운 정치함으로 짜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조직 속에서는 어떠한 오류도 절대로 없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나라에서 하는 일에는 실수가 없다.
주고로는 이 한마디를 거듭 가슴에 새겼다. 하지만 납득하려 애쓰는 마음 밑바닥에서 마치 지하수처럼 불안이 끊임없이 솟아나와 그 한마디를 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