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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88979198515
· 쪽수 : 32쪽
· 출판일 : 2016-02-15
책 소개
목차
커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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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작업노트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람이 유난히도 강하게 불던 날, 저녁 무렵이었다. 살이 에인다는 표현을 실감하며 바람을 향해 걸어가고 있던 나를 바라보던 해녀가 한마디 전해준다. ‘보아하니 산책 중인 거 같은데 바람을 등지고 걸으면 한결 편할 텐데요….’ 산책 중인 것은 맞았지만 나는 마치 꼭 이 길로 가야 하는 것처럼 얼버무리고는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눈을 뜨기 힘들고 어깨는 자연히 움츠러든다. 휘청~ 내 몸무게를 가늠하듯 바람이 스치고 나는 중심을 잡기 위해 잠시 등지고 선다. 그리고 석양 아래 기다란 돌담과 마주한다. 온몸을 웅크리고 선 나를 바람이 밀치고 있을 때 돌담은 자신을 숭숭 뚫어가며 바람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나도 틈을 만들면 바람이 나를 스치며 지나갈까? 움츠렸던 어깨와 두 팔을 활짝 펴고 두 다리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서서 중심을 잡아보았다. 조금 전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서 있을 수 있었지만 바람은 여전히 닫혀있는 내 등짝이 맘에 안 드는 듯하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잘하고 사는 것 같아. 마치 한 시대를 살아본 것처럼…, 복습하며 사는 것처럼 그렇게 야무지게 잘 살아가는 것 같아….’ 이 나이 되도록 소통의 부재로 고심하던 중이었다. 버선목처럼 시원시원하게 보일 수 없는 내 마음이 거북이 등껍질 속에서 움쩍거릴 때마다 통증으로 가득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살자던 나의 좌우명인 그 ‘피해’라는 카테고리 안에 ‘가끔은 자신의 마음도 적절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는 것을 나는 왜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일까.
그날 이후, 나는 돌담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밭에 둘러선 밭담의 이야기, 무덤을 둘러선 산담의 이야기 그리고 울담, 올레담, 불턱 나아가 신당과 돌탑까지 그들이 들려주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눈에 익어 친하게 지내던 돌담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포클레인이 들어서 공사 중인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슬픔이 아니라 절망을 느꼈다. 바람 때문에 생겨났지만 결코 바람을 막아서거나 거스르지 않으며 메마른 가슴에 품어 안고 소통하고 타협하는 법을 알고 있던 돌담, 서로의 시린 어깨에 기대어 팔 동무하며 연대해 서 있던 돌담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하늘이 온통 붉은 노을로 가득하던 2015년 2월의 어느 날이었다.
__ 커버스토리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