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1339524
· 쪽수 : 360쪽
책 소개
책속에서
컨테이너가 공중으로 솟는 순간 나는 작은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살짝살짝 흔들리는 컨테이너 안에서 공중에 떠 있는 것은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컨테이너는 옆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나는 호머를 바라보았다. 호머가 나를 향해 웃어주자 그의 이빨이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 빛났다. 하지만 컨테이너 안의 희미한 빛 속에서도 호머의 웃음이 억지웃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두려움에 이가 딱딱 맞부딪치는 것을 감추려는 것 같았다. 나도 똑같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언덕에서부터 구불거리는 길을 지나온 후 부두에서 더위를 견디며 한참 기다린 끝에 흔들리는 컨테이너 안에 있자니 나는 멀미를 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우리가 땅으로부터 1미터 위에 있는지 100미터 위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컨테이너가 위로 올라가고 있는지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우리는 환한 빛으로부터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춥고 어두워졌다. 우리가 ‘헬’, 그러니까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바보 같은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그때 나를 덮친 파도가 해안가를 강타하며 부서졌다. 땅은 버텼지만 파도는 그러지 못했다. 파도는 바위와 나무와 땅에 부딪치며 산산조각 났다. 내 엉덩이가 바닥에 부딪치는가 싶더니 튀어 올랐고 내 몸이 다시 바닥을 치더니 몇 바퀴 구르다가 또다시 바닥을 쳤다. 이번에는 뒤통수를 부딪쳤고 흙인지 자갈인지 하여튼 뭔가에 긁히다가 전에 다쳤던 무릎을 어딘가에 부딪친 후 데굴데굴 구르며 보이는 것은 모조리 후려쳤다. 나는 귀가 멀고 눈이 멀고 뇌진탕을 일으킨 상태였다. 내 주위에서 온통 우레 같은 소리가 계속 쿵쾅대고 진동했다. 하지만 그게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지 실제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바닥에 누운 채 나는 아마 죽어버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호머가 내 귀에 대고 다시 소리쳤다. 이번에는 무슨 말인지 또렷이 들렸다. “그만, 멈춰. 놈들이 뒤에도 있어.” 그다음 호머는 조용히 말했다. “큰일인데.” 그제야 백미러를 들여다 본 나는 비로소 호머의 말을 이해했다. 우리는 놈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녹색빛깔의 엄청 큰 군용 트럭이 우리 차의 뒤쪽 범퍼와 거의 맞닿아 있었다. 바로 다음 순간,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틈도 없이 병사 하나가 운전석 창문 옆에 나타나 내 오른쪽 뺨에 총구를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