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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1339586
· 쪽수 : 356쪽
책 소개
목차
버지니아 울프 전집 발간에 즈음하여 / Ⅰ / Ⅱ / Ⅲ / Ⅳ / Ⅴ / Ⅵ / Ⅶ / Ⅷ / Ⅸ / Ⅹ / ? / ? /
ⅩⅢ / ⅩⅣ / 작품 해설_『제이콥의 방』-기억과 욕망이 굴절된 공간 / 버지니아 울프 연보
책속에서
비스킷 통 옆에 놓인 그 엷은 푸른색의 편지 봉투가 만일 어머니의 느낌을 갖고 있다면 어머니의 가슴은 작은 삐걱거림, 갑작스런 움직임으로 찢어질 것이다. 문 뒤에는 음란한 것이, 불온한 존재가 있어 그녀를 죽음이 덮칠 때와 같은 두려움, 아이의 출산 때와 같은 두려움으로 덮칠 것이다. 아마도 차라리 이렇게 앞방에서 작은 삐걱거림, 갑작스런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고 앉아 있기보다는 문을 박차고 들어가 그 짓을 마주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북받쳐 오른 그녀의 가슴을 고통이 누비고 지나갔다.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삶이란 무도한 거야?삶이란 가증스러워’, 로즈 쇼가 소리 질렀었지. 삶이 낯설어지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수백 년에 걸쳐 삶이 어떠한지 그 본질이 분명히 드러난 것 같은데도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남겨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런던의 거리에는 지도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열정에는 지도가 없다. 만일 당신이 이 모퉁이를 돌아서면 무엇을 맞닥뜨릴까?
그러니 여자나 남자나 다 똑같은 잘못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와 다른 성에 대해 근원적이고 공평무사한, 그리고 절대적으로 공정한 의견이란 결코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남자이건 아니면 여자이건. 우리가 냉정한 사람이건, 아니면 감상적인 사람이건. 우리가 젊은이건 늙어가고 있건. 어떤 경우에라도 삶이란 그림자의 행렬일 뿐인데, 그런데 왜 이다지도 우리는 그 그림자를 열렬히 껴안는지, 그리고 그들이 떨어져나가 그림자가 되는 것을 그렇게 고통에 차서 바라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