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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0201383
· 쪽수 : 532쪽
책 소개
목차
울프 전집을 발간하며—5
필리스와 로자먼드—11 | 불가사의한 V 양 사건—34 | 조앤 마틴 양의 저널—39 | 펜텔리쿠스 산정에서의 대화—89 | 어느 소설가의 전기—99 | 벽 위에 난 자국—118 | 큐 가든—129 | 저녁 파티—139 | 단단한 물체들—149 | 동감—158 | 씌어지지 않은 소설—165 | 유령의 집—183 | 어떤 연구회—188 | 월요일 아니면 화요일—212 | 현악 사중주—214 | 청색과 녹색—221 | 밖에서 본 여자대학—223 | 과수원에서—229 |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234 | 럭튼 유모의 커튼—249 | 과부와 앵무새: 한 편의 실화—253 | 새 옷—267 | 행복—280 | 조상들—286 | 소개—291 | 만남과 헤어짐—299 | 동족을 사랑한 남자—309 | 단순한 멜로디—318 | 하나의 요약—330 | 존재의 순간들: 슬레이터네 핀은 끝이 무뎌—336 | 거울 속의 여인: 반영—346 | 연못의 매력—354 | 세 개의 그림—358 | 어느 영국 해군 장교의 생활 현장—364 | 프라임 양—368 | 펜턴빌에 있는 정육점 간판에서 컷부시라는 이름을 보고 쓴 산문체 송시—372 | 인물화 모음—379 | 반야 아저씨—389 | 공작부인과 보석상—391 | 사냥꾼 일행—404 | 라뺑과 라삐노바—417 | 탐조등—432 | 잡종견 집시—440 | 유산—457 | 상징—470 | 해변 휴양지—476
작품 해설—479
연보—518
수록 작품 일람—522
옮긴이 소개—525
저자소개
책속에서
“왜 결혼이 하고 싶으시지요?”
실비아가 물었다.
“그걸 모르신단 말인가요? 당신은 천진난만하시군요! 물론, 당신 생각이 옳아요. 결혼은 사랑과 이상을 위해서 해야 하죠. 그렇지만.”
필리스는 필사적인 심경으로 진실을 말했다.
“우리는 결혼을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어서 결혼을 그 자체로 따로, 또는 이상의 실현으로 생각할 수가 없답니다. 결혼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가 얽혀 있으니까요. 자유와 친구와 내 집, 기타 당신이 이미 소유하고 누리는 많은 것을 나는 결혼을 통해서만 소유할 수 있어요. 그런 결혼이 끔찍하고 타산적으로 보이나요?”
-「필리스와 로자먼드」
그 자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확실치가 않았고, 나는 그것이 결국 못이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기에, 자국은 너무 크고, 너무 둥글었다. 내가 일어설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만약 내가 일어나 그것을 본다 해도, 십중팔구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으리라. 왜냐하면 일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났는지 결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 저런, 삶의 신비라니! 생각의 부정확함! 인간의 무지! 우리가 자신의 소유물을 거의 통제할 수 없으며, 우리의 모든 문명에도 불구하고 이 삶이란 것이 얼마나 우연한 사건인지 보기 위해서, 우리 평생에 잃어버리는 것들 몇 가지만 헤아려보자. 책을 제본하는 도구들이 든 세 개의 창백한 푸른색 깡통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언제나 가장 불가사의한 손실물 같아서이다. 고양이가 쏠아 먹었나, 쥐가 갉아 먹었나. 그러고는 새장들, 굴렁쇠, 철 스케이트들, 앤 여왕 시대식 석탄 통, 바가텔1 평판, 손풍금, 모두 사라졌다. 보석 또한 사라졌다. 오팔과 에메랄드, 그들은 무의 뿌리 주변에 널려 있네. 삶이란 얼마나 산산조각을 내고 도려내는 일인지 확실했다! 내가 등에 옷을 걸치고 있고, 이 순간에 견고한 가구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아니, 만약 사람이 인생을 어느 것에건 비교하기를 원하면, 우리는 시속 오십 마일의 속도로 전철을 타고 날려가는 것에 비유해야 하겠다. 그러고는 머리에 머리핀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다른 쪽 끝에 내린다! 신의 발아래 완전히 벌거벗은 채 쏘아 떨어진다! 우체국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통로에 던져진 갈색 종이로 싼 소포처럼 수선화 초원에 거꾸로 떨어진다! 머리털을 경마競馬의 꼬리처럼 뒤로 날리면서 말이다. 그래, 그것이 삶의 속도를 표현하는 것 같아, 영원한 소모와 복구, 모든 것이 너무도 무심하고, 모든 것이 너무도 터무니없어.
- 「벽 위에 난 자국」
“우리 모두 글을 읽을 줄 알아. 그러나 폴 외에 아무도 읽는 수고를 하지 않았어. 나만 해도 여자는 당연히 애 낳는 데 젊음을 바쳐야 한다고 여겼지. 난 자식을 열 명이나 낳은 우리 엄마를 존경했고, 열다섯 낳으신 할머니를 더 존경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스물을 낳는 게 내 야망이었어. 우린 남자들도 여자만큼 일을 많이 하고, 여자의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을 한다고 지금까지 생각해왔어. 우리가 아이를 낳을 때 남자들은 책과 그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지. 우린 인구를 불리고, 남자들은 세상을 문명화하고. 그런데 이제 우리가 글을 읽을 줄 아는 이상, 우리가 그 성과를 평가해보는 걸 누가 막겠어? 아이를 하나 더 낳기 전에 맹세코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봐야겠어.”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는 모임을 만들었다. 누구는 군함을 방문하고, 누구는 학자 서재에 잠복하고, 누구는 사업가들 회의에 참석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회에 가보고 길거리에서 잘 살펴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우린 아주 새파랗게 어렸다. 그날 밤 헤어지기 전에 훌륭한 인간과 책을 생산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데 동의한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단순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질문은 남자들이 이런 목표를 현재 얼마나 달성했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만족할 때까지 아기를 한 명도 낳지 않겠다고 엄숙하게 맹세했다.
- 「어떤 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