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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2182136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6-08-10
책 소개
목차
마지막 집행
기억의 뿌리
타미카 레드
존슨 기억 판매 회사
만월의 시간
수용소
크리스마스 케이크
작품 해설 믿기지 않는 현실이 이야기를 믿을 때 _양경언(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고 이사, 내 말은 스타의 진실한 추억이 설령 가짜라 하더라도 우리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야. 우린 샤넬이나 에르메스처럼 가방이나 옷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야. 기억에는 브랜드가 없으니까 짝퉁이 성립될 수도 없어. 염 본부장이 우리 사업의 다른 약점을 치고 들어왔으면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지 않을까? 도대체 누가 스타의 내밀한 추억의 사실 여부를 따지겠어? 스타와 소속사? 구매자인 부자나 대중? 아니야. 아무도 없어! 그들은 진실을 원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진실에서 도피해 입맛에 맞는 통조림 같은 기억을 먹고 싶을 뿐이야.
-「존슨 기억 판매 회사」
아직도 내 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네. 당신은 사랑을 믿어? 사랑은 원래 이런 거야. 사랑은 서로를 견디는 거야. 나는 당신을 견뎠고, 당신은 오늘까지 나를 견뎠어. 우리는 오늘 이 지점까지 훌륭하게 견뎠어. 이제 마침표만 남았지. 그럼 우리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암호를 불러볼까. 사랑의 마지막은 비루하니까 마지막을 달콤한 말 대신에 단어를 부르는 거로 끝낼 수도 있겠지. 당신에게 걸려 있는 암호는 파도가 분 휘파람, 사냥꾼이 잡은 구름, 밤의 이마와 연속하는 다섯 숫자야.
유라가 한기철의 옆으로 바싹 다가앉아서 귀에 속삭였다.
- 「타미카 레드」
케이는 꾸준히 작품을 썼다. 그는 감독관이 말한 공간의 의미를 생각했다. 바깥세상에서는 이렇게 글만 쓸 공간을 부러워했다. 이제 막상 그 공간이 주어지자 모두들 탈출하고자 안간힘을 썼고 불가능함을 깨닫자 죽어 나갔다. 케이는 밤에 전등이 꺼지면 암흑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도용한 그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들이 누구일까? 문학이라는, 이제는 장식으로서의 값어치도 떨어져버린 작품을 구매해서 출판하고 기념회를 열고 언론에 사진과 함께 허구의 창작 과정을 밝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바깥의 소설가들도 그런 작품의 구매에 동참하는 건 아닐까? 수용소가 그런 거래를 통해 얻는 이득은 보잘것없으리라. 소설가들이 죽지 않을 만큼의 하루 두 끼 음식과 낡은 옷과 침상을 받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거래를 통해 얻는 가치를 따져보면 합당한 것처럼도 보였다.
-「수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