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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83782922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0-10-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인제 와서 무슨 소리냐? 석 달 전에 그렇게 큰 화상을 입어 놓고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겠다고 하는 쪽이 훨씬 터무니없지.”
신조 선생님은 대답이 궁해진 나를 정면에서 쏘아보았다.
“하지만 난 그런 터무니없는 환자가 좋거든. 성공하는 사람은 원래 어디선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법이야. 평탄한 길, 온당한 장소에 연연하는 인간은 등산도 못 하고, 하물며 하늘을 날지는 절대 못 하는 법이다.”
흠칫했다. 비슷한 말을 누구 다른 사람에게 들은 적이 있다.
“전 새가 아니에요.”
“너 자신은 그렇지. 하지만 네가 연주하는 곡엔 날개가 있어. 그날 오락실에서 네 피아노 연주를 몇몇 환자들이 듣고 있었다만, 그중에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사고로 한쪽 다리를 크게 다친 어린애가 있었어. 수술은 했지만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 실망해서 재활 치료에도 건성이었지. 그런데 고작 몇 달 전까지 옴짝달싹도 못했던 여자애가 그 곡을 쳤다는 말을 들은 그날부터 얼굴빛이 달라져서는 재활 치료를 부지런히 시작하더라. 네가 연주한 곡에 날개가 돋아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의 마음에까지 날아간 거다. 네 연주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과제곡인 <달빛>을 들은 순간, 먼저 아름다운 화음에 놀랐다. 화음의 기본이 되는 도미솔에 음을 더함으로써 소리에 더욱 깊이가 생겼다.
아름다운 음은 한 줄기 달빛이다. 소리가 빛이 되어 마음속에 비쳐 든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니 금세 정경이 떠오르기에 또다시 놀랐다. 드뷔시는 음과 영상의 관계를 중시했노라고 미사키 씨가 해설했는데, 정말 그랬다. 호수에 달빛이 고요히 쏟아진다. 그 휘황한 빛을 받으며 한 쌍의 남녀가 조용히 왈츠를 추고 있다. 시간마저 천천히 흘러간다. 부드러운 바람과 잔물결이 달빛에 반짝이고, 폐허가 된 고성(古城)이 뚜렷이 떠오른다. 한 음이 끊어지기 전에 다음 음이 이어진다. 곡이 끝났을 때 나는 무척 후회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곡을 지금까지 적당히 듣고 말았을까. 선율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들으면 이토록 상상력이 환기되는 곡이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