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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83922106
· 쪽수 : 171쪽
· 출판일 : 2007-06-11
책 소개
목차
편의점에서
술집에서
공원에서
노래방에서
피로연장에서
크리스마스
역 앞에서
공항에서
작가 후기
리뷰
책속에서
"이런 와인은 처음 마셔 봐요."
내가 순진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 그는 "그럴 거야" 하면서 으스댔다.
"난 너보다 두 배 더 살았고, 나름대로 수입이 있으니까 이런 와인을 마시고 또 함께 마실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 가능해. 하지만 네가 알아 두어야 할 게 있어. 이 와인은 보르도의 포메롤산 와인 중에서도 최상품이야. 다른 와인과 비교가 안 되지. 아니, 와인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어. 섹스나 오르가슴 따위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거라 할 수 있지.
재미있는 건 말이야. 옛날에는 어느 누구도 와인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야. ... 방부제가 잔득 들어간 일본 술이나 맛없는 소주로도 충분히 기분을 낼 수 있었거든. ... 70년대부터 세상엔 사라진 것들이 너무 많아. 누군가 그러더군.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슬픔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와인과 견줄 만한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이 사회에서 사라졌다는 거지.
나처럼 이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거나 너처럼 한 번이라도 마실 기회를 가진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걸 깨닫게 돼. 자신이 이런 와인을 마시고 있음을 자각할 때가 인생의 절정이 아닐까. 의식의 흐름이란 자연스러운 거야. 지금 이 순간에 인생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진실이라고 할 수 있지.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통 사람은 평생 이런 와인을 마실 수 ㅇ벗어. 그들은 인생이라는 틀에 얽매여 살아갈 뿐이지. 아무 매력도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야. 모든 비극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 '피로연장에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