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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7741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4-12-24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1977년 봄, 마침내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애니]의 첫 막이 올랐다. 기쁘게도 대성공이었다. [애니]는 그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최고상을 비롯해 7개 부분을 석권했다. 나도 이때 뮤지컬 각본상을 수상했다. 1977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애니]는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흥행에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애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각본 초안에서 잘라내야 했던 장면들이 항상 아쉽고 아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스스로에게 외쳤다.
맞았어, 바로 그거야! 디킨스가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고아 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을 썼다면, 나는 애니라는 고아 소녀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면 돼. 뮤지컬에서는 잘라낼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을 소설에는 서술 형태로 모두 넣을 수 있어. 애니 이야기를 오래전 내가 처음 구상했던 그대로 다시 쓰는 거야!
이미 뮤지컬 [애니]를 봤거나,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애니]를 본 독자라도, 이 소설에는 여러분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내용들로 가득하다. 내가 이 책을 쓰면서 느꼈던 즐거움은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자, 독자들이여, 이제 책장을 넘기자. - [들어가는 말]에서
해니건 원장은 비쩍 마른 몸에 길고 날카로운 얼굴의 여자였다. 머리는 짧고 새까맸다. 그녀는 고아들에게 유난히 오싹하고 쓸데없이 실감나는 핼러윈 마녀를 연상시켰다.
해니건 원장은 애니를 홱 잡아 일으킨 다음, 주걱처럼 생긴 묵직한 오크나무 몽둥이로 애니의 엉덩이를 열두 번이나 후려갈겼다. 하지만 애니는 울지 않았다. 아장거리던 아이 때도 애니는 해니건 원장의 매질에 결코 울지 않았다. 애니의 이런 대찬 근성이 해니건 원장을 더욱 열불 나게 했다.
애니는 고아원 아이들 중 가장 당차고 똘똘한 아이였고, 바로 그 이유로 해니건 원장은 애니를 다른 어떤 아이보다 미워했다. 해니건 원장은 지난 23년간 자신의 고아원을 거쳐 간 그 어떤 아이보다도 애니가 밉살스러웠다.
“저 앙큼한 것의 버릇을 반드시 고쳐놓고 말겠어.”
해니건 원장은 혼자 이를 갈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애니한테 고된 일만 골라 시켰다. 애니는 푹푹 찌는 고아원 지하실 부엌에서 기름 낀 냄비와 팬을 씻고, 더러운 유리창을 닦고, 엎드려서 바닥 청소를 해야 했다. 하지만 막일도 애니의 사기를 꺾지는 못했다. 애니는 새 일이 떨어질 때마다 명랑한 미소로 꿋꿋이 받아들였고, 그것이 해니건 원장을 더욱 팔짝 뛰게 했다. 떨어지는 일이 고될수록 애니의 미소도 커졌다.
“두고 봐. 이건 내가 이기냐 해니건 원장이 이기냐의 문제야. 일종의 전쟁이지.” 애니는 다른 고아들한테 말했다.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애니는 문득 자기가 밤새 창문 앞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이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하지만 세인트 마크 플레이스 위의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1933년의 새해 첫날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기대에 차서 다가올 날들을 즐거이 기다릴 때였다. 하지만 애니에겐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었다. 해니건 원장의 혹독한 압제 아래 지겹고 고달픈 날들만 끝없이 이어질 뿐이었다. 열여섯 살이 되면 애니는 고아원에서 풀려나 훌훌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열여섯 살까지는 아직도 5년이나 남았다. 고아원에서 5년이나 더 보내야 했다.
애니는 며칠 전에 페퍼가 한 말을 떠올렸다. 애니가 좀만 있으면 엄마아빠가 다시 와서 자기를 데려갈 거라는 얘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자 페퍼가 면박을 주었다.
“이 바보 멍청아, 너희 엄마아빠가 널 데리러 오는 일은 절대 없어.”
이제 애니는 페퍼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11년이나 나타나지 않았던 엄마아빠가 지금이라고 나타나겠어? 이제 애니도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오지 않을 부모였다. 언제까지나. 절대로. 그렇다면 내가 찾으러 가는 수밖에.
“바로 그거야.” 애니는 결연히 혼자 속삭였다. “내 힘으로 엄마아빠를 찾을 거야. 여길 나가서, 도망쳐서.”
그래. 애니는 결심했다. 여기서 도망치는 거야!
언제?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