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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3949974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6-02-25
책 소개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가 이로아 신작
아픈 과거가 되돌아와 우리에게 묻는 안녕
사회적 참사의 아픔을 통해 기억의 의미와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를 그린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를 펴낸 이로아 작가의 신작 『귀신 붙게 해 주세요』가 출간됐다. 성적 경쟁과 규율 강화가 일상이 된 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이 감당해야 하는 선택의 무게를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윤나는 ‘전 과목 1등급에만 허락되는 자유’를 얻기 위해 공부 대신 귀신을 부르는 강령술을 선택한다. 이에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순지가 찾아오고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과거에 해소되지 못한 문제의 반복임을 일깨운다. 소설 속 귀신은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증인에 가깝다.
이 소설은 청소년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그린다. 성적과 규칙이 기준이 된 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어른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묻는 작품이다. 웃음과 긴장 사이를 오가며 전개되는 서사는 청소년 독자에게는 공감을, 교사와 학부모에게는 성찰의 계기를 열어 줄 것이다.
“20년 전 죽은 전교 1등이 나타났다.”
야자 부활, 친구와의 이별, 모든 건 우연이 아니었다.
소설은 윤나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윤나가 재이를 처음 알게 된 건 중학교 1학년이었다. 새 학기에 학생부장이 클렌징티슈를 들고 복장 검사를 했다. 예고한 적 있기에 윤나는 검사에 걸리지 않았다. 재이는 그날도 눈썹을 진하게 그리고 왔다. 결국 화장실에 가서 눈썹을 벅벅 지웠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며 이야기의 볼륨을 높였다.
그러니까 왜 안 지우고 왔어. 오늘만 참았으면 이런 모욕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네가 자초해 놓고서 울기는 왜 울어.
p.25
윤나는 재이의 눈썹을 그려 줬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깊이 알게 됐다.
둘은 다른 학교보다 자유롭다는 기순고등학교에 갔다. 반이 달라졌지만,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이 옆에 현서가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 시기 학교에 교장이 바뀌었다. 교장은 학교를 치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단속을 벌였다. 야자도 그중 하나였다. 야자가 부활하자 윤나는 자신의 꿈이었던 미용 학원에 다닐 수 없게 됐다. 결국 찾은 건 ‘강령술’이었다.
“저기 죄송한데 20년 전에 죽은 기순고 전교 1등 맞으세요?”
겨우 진정한 윤나는 귀신의 신원부터 확인했다. 만약 전교 1등이 아니시라면……. 먼 길 행차해 주셨는데 죄송하지만 그만 돌아가 주시겠어요?
다행히 그런 머쓱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귀신이 말하길, 자신의 이름은 백순지. 20년 전 죽은 전교 1등이라고 했다.
p.57
윤나와 순지는 서로를 위해 합의하기로 했다. 수월하게 상황이 정리되고, 원하는 것을 이룰 줄 알았다. 하지만 윤나는 순지가 온 건 우연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삶의 이면이 보이고, 무시하고자 했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을 거다. 윤나는 ‘보이지 않던 것을 끝내 보게 된 이상’(본문 p.80) 더 이상 눈앞의 일들을 모르는 척할 수 없던 것이다.
빠른 전개 속에서도 인물들의 심리는 절대 휩쓸리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 한 명 한 명을 섬세하게 다뤘다. 작품은 독자에게 저마다의 인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는 이들의 움직임과 시선을 쫓아 함께 움직일 것이다. 지금부터는 순지의 말에 우리가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 줄 차례다.
부당함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에 깔린 부당함은 때로는 역으로 작용한다. 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따라가야 한다거나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소제목은 작가의 말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 이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기억에는 여전히 부당함이 남았을 테니 말이다.
고등학교에서 체벌이 만연하던 시기는 조금 지났다고들 한다. 하지만 곳곳에 보이지 않는 부당함은 그림자처럼 붙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도 있겠지만, ‘거의’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소리치기도 한다.
“폭력은 쓰시면 안 되는 건데. 아버님이 백번 잘못하셨지. 세대가 다르니까…… 기다리면 너희를 이해해 주시는 날도 올 거야. 그러니까 너희도 마음을 조금만 열어 줬으면 좋겠다.”
재이는 물을 입에 잠시 머금고 있다가 그대로 바닥에 뱉어 버렸다. 선생이 뭐 하는 짓이냐며 재이를 야단쳤다. 윤나는 재이가 뱉은 물이 피와 섞여 발갛게 변해 있는 것을 보았다.
p.154
어떤 이유라도 이해를 바랄 수 있을까. 어른들은 줄곧 세대와 기다림을 바라기도 한다. 소설은 이러한 지점들은 감추지 않고 가감하게 드러낸다. 등장인물들도 적극적으로 상황을 파헤치며 분명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들을 알려 준다. 이렇듯 부당함은 삼키는 것이 아니라 뱉어야 하는 거 아닐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십 대들의 아슬아슬한 선택
살아남으라는 말은 어쩌면 무책임을 담고 있는 듯하다. 어떠한 상황인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서로 물었더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20년 전 죽은 순지는 그동안 학교를 맴돌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보고 들었으며 학교가 달라지는 걸 가까이 지켜봤다. 하지만 오래전 벌어졌던 소독이 치유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는 걸 알게 됐다. 야자, 복장 단속 등 교칙이 강제적으로 생겼다. 아이들은 동요했으며 그때와 같은 아픈 일들이 벌어지리라는 걸 예감했다. 그렇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없던 일로 만들 생각 없어요.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요. 우리라고 조용히 있다가 적당히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지 아세요? 수업을 며칠이나 빠지게 되든 상관없어요. 그건 선생님들한테나 문제겠죠. 우리한테는 아무 상관 없다고요.”
p.139
순지가 그랬듯 아이들은 움직였다. 이건 살아남으려는 필사의 노력이었을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것들이었다지만, 무언가 바꿀 수 있음을 알았다. 그렇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여러 모양으로 변화를 꿈꿨을 것이다. 아마 지금도 아이들은 ‘현서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라도 그곳을 찾을 수 있도록.’(본문 p.170) 살아남을 것이다.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학교 교칙과 친구 사이를 밀도 있게 풀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 애쓰는 인물들은 우리의 지난날 혹은 내일을 들여다보게 한다. 또한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문제작이라 말하고 싶다.
목차
1부 조짐
2부 소환
3부 재회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올해 초에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를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기순고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 본 통신문이 배포된 날로부터 (7)일까지를 계도 기간으로 정하고, 기간 내 시정되지 않을 시 하루에 벌점 (2)점씩을 부과한다.
가정 통신문이 뿌려졌을 때까지도 윤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절차상 하는 소리이겠거니 생각했다. 명시된 계도 기간이 지나도록 학생들의 머리색은 여전히 알록달록했다.
“저기 죄송한데 20년 전에 죽은 기순고 전교 1등 맞으세요?”
겨우 진정한 윤나는 귀신의 신원부터 확인했다. 만약 전교 1등이 아니시라면……. 먼 길 행차해 주셨는데 죄송하지만 그만 돌아가 주시겠어요?
다행히 그런 머쓱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귀신이 말하길, 자신의 이름은 백순지. 20년 전 죽은 전교 1등이라고 했다.
첫 시도였는데도 제대로 불러냈잖아? 윤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나 강령술에 재능이 있나 봐.
“순지 언니라고 불러.”
윤나는 자신보다 20년 일찍 태어났다는 사람을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라니까 그러기로 했다. 어쨌든 생김새는 영락없는 윤나 또래였다.
“이럴 거면 돌아가요. 이제 모의고사 성적표도 받았으니까 언니 필요 없어요.”
윤나가 도서관 창문 밖을 삿대질했다. 순지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뭐 해요? 가라니까요.”
“윤나야,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부를 때는 마음대로 불렀겠지만, 보낼 때는 마음대로 못 보내.”
윤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순지가 키득거렸다.
“이제 좀 실감이 나? 너 완전 귀신 붙은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