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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84077683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장 신화
2장 정리
3장 공간
4장 힘
5장 그림자
6장 형상
7장 우연
8장 일터
9장 정신
10장 섬
11장 생존
12장 망각
13장 상상
14장 정체성
15장 집
맺음말
감사의 말
주
도판 출처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나 혼자만의 도서관이든 많은 독서가와 공유하는 도서관이든 간에, 내 눈에 도서관은 언제나 기분 좋게 몰두할 수 있는 곳으로 보였다. 도서관의 미로가 갖는 복잡한 논리적 원칙에서 헤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며, 도서관은 기술이 아니라 이성이 무질서하게 정리된 책들을 지배하는 곳이란 뜻이다. 지금도 서가가 빼곡이 들어찬 공간에서 길을 잃으면 재밌는 모험에 나선 기분이 들고, 일정한 원칙에 따라 배열된 문자와 숫자가 언젠가는 나를 약속된 목적지로 인도해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에 넘친다. 책은 먼 옛날부터 예언의 도구였다. 그래서 노스럽 프라이는 “큰 도서관은 많은 언어를 구사하고, 텔레파시로 교감하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듯하다”라고 말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기분 좋은 착각에 젖어, 나는 책을 수집하면서 반세기를 보냈다. 너그럽게도 책들은 내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내게 온갖 깨달음을 줄 뿐이다.
-‘머리말’ 중에서
낮 동안에 도서관은 질서의 세계이다. 나는 분명한 목적하에 문자로 쓰인 글들을 읽어가며 이름이나 목소리를 찾고, 주제에 따라 내 관심에 맞는 책을 찾아낸다. 도서관의 구조는 난해하지 않다. 직선들로 이루어진 미로이지만, 방향을 잃게 하기 위한 미로가 아니라 원하는 걸 쉽게 찾기 위한 미로이다. 누가 봐도 논리적인 분류법을 따라 분할된 공간이며, 알파벳과 숫자를 이용해 기억하기 쉽게 맞추어진 분류 체계와 미리 결정된 목록에 따라 배치된 공간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분위기가 바뀐다. 소리는 줄어들고, 생각의 아우성은 더 높아간다. 발터 베냐민이 헤겔을 인용해서 말했듯이 “어둑한 밤이 되어야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날개를 편다”지 않는가. 시간이 깨어 있는 상태와 잠든 상태의 중간쯤에 가까워지면, 나는 편안하게 세상을 다시 상상할 수 있다.
-‘1장 신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