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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84118195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서장 욕망의 자기변형 ―마조히즘을 통한 성의 참모습의 재발견과 새로운 생명의 철학, 그리고 탄트리즘 007
제1장 마조히즘이란 무엇인가? ―마조히즘의 증상론 079
‘엄마의 세 가지 이미지’라는 환상이 들려주는 이야기
1. 자허마조흐와 마조히즘: 자허마조흐의 소설들이 갖는 중요성 081
2. 자허마조흐의 세 여인 090
3. 자허마조흐의 환상과 바흐오펜의 시대 구분론의 일치 ―이 일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096
4. 엄마의 세 가지 이미지와 두 번째 엄마의 수수께끼 103
5. 두 번째 유형의 여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계약: 마조히즘적 관계를 성립시키는 본질적인 요건 106
6. 마조히즘의 ‘상징적 질서’: 엄마의 ‘상징적 기능’ 109
7. 마조히즘: 환상을 좇는 이상주의 119
8. 죄의식이라는 마조히스트 특유의 증상의 이유 123
9. 마조히즘의 가장 핵심적인 증상 126
10. 마조히즘의 자연주의 129
11. 마조히즘의 증상론에서 병인론으로 134
제2장 마조히즘은 왜 발생하는가? ―마조히즘의 병인론 137
1. 마조히즘의 병인론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해 143
2. 마조히즘의 병인론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 172
제3장 무의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 191
제4장 생명과 무의식: 베르그송의 ‘생명의 약동’ 이론 237
1. 프로이트 대 베르그송 239
2. 지속과 무의식 247
3. 생동하는 무의식: 본능의 신비 264
4. 변성 의식상태의 의미 293
5. 베르그송의 생명철학을 통해서 본 마조히즘의 의미 303
제5장 탄트리즘: 성과 영성의 근본적인 일치 313
1. 내재성의 존재론과 종교의 초월주의의 화해 315
2. 탄트리즘의 우주론 339
참고문헌 34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편집자의 말
우리는 흔히 고행을 하는 스님이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기독교인들 등 고통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여러 종교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헤아려보고 그 고통의 크기에 감탄하며 그들의 도력, 혹은 인내를 칭송한다. 그러나 같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성적인 부분에 와서는 사람들의 멸시와 경멸을 얻기 십상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러한 고통의 감내에 대해서 성(性)적인 것과 성(聖)적인 것을 나누고 구분하는 것일까? 만약 그 고통을 감내하는 원인과 그 감내로 인한 결과가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인식도 마찬가지로 같은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렇게 고통을 감내하는 자에 대한 책이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성적 쾌락을 누리기 위하여, 그 선행하는 단계로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조히스트와 그들의 고통 감내라는 현상, 즉 마조히즘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들에 대한 멸시와 경멸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성(性)적인 것에 대한 멸시와 경멸과는 다르게 그것이 우리를 성(聖)스러운 초월의 길로 인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밝힌다. 개인에서 생명, 생명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이 책은 우리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보다 정확히 말해 우리에 대한 책이다.
현재 학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과학적 사고방식, 즉 모든 것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유물론적 사고방식으로 볼 때는 이 책의 내용이 해괴하고 이상한, 더 나아가 신비주의적이기까지 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잠시 뒤로 미루고 과연 과학이 우리 존재에 대한 고민을 종식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과학은 분명 우리의 존재에 대한 답을 내려줄 수 있어도 우리의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답을 내려줄 수는 없다. 우리의 존재론적 물음에 대한 답은 과학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과 마찬가지로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학의 논리를 벗어나 우리의 존재에 대하여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루쉰은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갈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현대과학이 제시하고 있는 우주란 바로 이같이 우리를 미몽에서 깨어나 갈 수 있는 길이 없는 세상으로 내던지는 우주가 아닌가. 현재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길을 잃어버렸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유물론적 우주는 다시금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현대과학은 그 질문에 맞서 인간이란 그저 세포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유기체에 불과하다고 답한다. 이것은 우리가 직면한 절망에 대한 해결책도, 우리가 찾는 답도 아니다.
이제 잠시 미뤄놓았던 ‘신비주의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대답할 때가 왔다. 그런데 이 책은 신비주의적이란 비난에 대한 응전이며, 우리의 존재적 진실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기에 새로이 답을 만들어 내어 답하는 것보다는 책 속에서 그 구절을 찾아 답함이 응당 마땅해 보인다.
“맞다. 바로 그러하다. 실로 우리는 지금 과학의 혁혁한 발전에 의해 거의 폐사{斃死}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신비주의의 세계이해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우리가 이 혼란과 위험의 끝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믿고 따라온 저것들 속에서 살아가는 한 발견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즉 우리의 삶과 세계의 존재를 위한 새로운 희망이다.”
그렇다면, 한번 과감히, 상식과 과학과 절대다수의 사상들의 이름으로 자명하다고 생각되어 왔던 것이 그어 놓은 경계선을 넘어 보자. 그렇게 되면 과연 어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인가? 그 새로운 세계가 실은 ‘세계의 참모습’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어떤 방법이란 정녕 찾을 수 없을 것인가?
마조히즘이라는 아주 작고 사사로운 현상, 그것도 지극히 비정상적인 개인이 겪는 한낱 사소한 주관적인 병리적 사태에 불과할 것 같은 이 현상 속에, 실은 저 거대한 우주 전체의 참된 본성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물음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마조히즘에 관해 이야기하려 하게 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