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84313712
· 쪽수 : 327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오웰을 만나러 가는 길_박노자
1부 탄광 지대 노동자의 밑바닥 생활
1. 브루커 부부의 하숙집에서 / 2. 막장의 세계를 체험하다 / 3. 광부들의 삶
4.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주택 문제 / 5. 실업수당으로 사는 사람들
6. 실업과 먹을거리 / 7. 그리운 노동 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
2부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
8. 학교에서 익힌 편견 / 9. 제국 경찰에서 부랑자로 / 10. 건너기 힘든 계급의 강
11. 왜 사회주의가 지지 받지 못하는가 / 12. 사회주의는 어떻게 파시즘을 키웠는가
13. 우리가 해야 할 일
옮긴이의 말: 1936년의 오웰, 2010년의 우리
리뷰
책속에서
내 침대는 문에서 가장 가까운 벽면의 오른쪽 구석에 있었다. 발치 바로 맞은편에 다른 침대가 있었는데, 워낙 바짝 붙여둬서(그래야 문을 열수 있었다) 나는 다리를 접고 자야 했다. 다리를 뻗고 자면 그 침대 주인의 등허리를 차버릴 수 있어서였다. 그는 라일리 씨라는 초로의 남자로, 탄광에서 ‘지상’ 근무를 한다는 일종의 기계공이었다. 다행히 그는 새벽 다섯 시면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나가면 몇 시간은 다리를 펴고 잘 수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보통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초인적이라 할 만큼 엄청나다. (……)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시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삽질은 서서 할 때 더 쉬운 법이다. 삽을 움직일 때 무릎과 허벅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게 되면 그 부담을 팔과 배 근육으로 다 떠안아야 한다. 다른 조건들도 작업을 딱히 더 수월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덥고(제각각이지만 경우에 따라 숨 막힐 정도다), 탄진은 목구멍과 콧구멍을 틀어막으며 눈썹에 자욱하게 쌓이며, 그 비좁은 공간 안에 있으면 기관총 소리처럼 시끄러운 컨베이어벨트의 소음이 끝없이 들려온다.
그러나 문제는 슬럼을 부수면 다른 것들까지 부숴야 한다는 점이다. (……) 이러한 변화는 중산층에게는 맥주 한 잔을 마시러 1~2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하는 성가신 정도의 문제겠지만, 노동자 계층에겐 선술집이 일종의 친목 클럽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적 생활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슬럼 거주민들을 번듯한 집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긴 하지만, 우리 시대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그들이 누려온 자유의 마지막 흔적까지 박탈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