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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3130384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부록 새말의 원리
작가 연보
책속에서
그 일은 늘 밤에 일어났다. 체포는 항상 밤에만 일어났다. 갑작스럽게 잠을 깨우는 거친 행동, 어깨를 흔드는 거친 손, 두 눈을 비추는 일렁이는 불빛, 침대를 에워싼 냉정한 얼굴들. 대부분의 경우 재판도 없고 체포 보고서도 없었다. 사람들은 늘 한밤중에 그냥 간단히 사라졌다. 호적에서 이름이 빠지고, 지금까지 행한 모든 기록이 지워지고, 한때 살았다는 사실도 부인되고, 결국 잊히고 말았다. 사람들은 폐기되고 전멸되었다. 주로 증발했다는 말로 설명되었다.
_<제1부> 중에서
그는 주머니에서 25센트짜리 동전 하나를 꺼냈다. 동전에 깨알같이 작고 선명한 글자로 새겨넣은 똑같은 슬로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동전의 다른 면에 새겨진 빅 브라더의 얼굴도 눈에 들어왔다. 동전 속 빅 브라더의 눈길이 그를 쫓고 있었다. 동전과 우표, 책 표지, 깃발, 포스터, 담뱃갑 등 어느 곳에도 사람들을 쫓는 빅 브라더의 눈길이 있었다. 그 눈이 늘 사람들을 감시하고 그 목소리가 늘 사람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자거나 깨어 있어도, 일하거나 밥을 먹어도, 실내에 있거나 밖에 있어도, 목욕하거나 잠자리에 들어도, 그 눈과 목소리를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_<제1부> 중에서
희한하게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니 그의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진실을 말하는 외로운 유령이었다. 그래도 그가 진실을 얘기하는 한 애매하게나마 연속성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생각을 들려주지 못하더라도, 제정신을 유지하기만 해도, 그 사람은 인류의 유산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는 다시 탁자로 돌아가 펜에 잉크를 적시고 이야기를 써 나갔다.
‘미래 혹은 과거에게, 사상이 자유로운 시대에게, 인간이 서로 다르면서 홀로 살지 않는 시대에게, 진실이 존재하고 일어난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없는 시대에게, 획일성의 시대가, 고독의 시대가, 빅 브라더의 시대가, 이중사고의 시대가 인사드립니다!’
_<제1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