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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정치비평/칼럼
· ISBN : 9788984314238
· 쪽수 : 480쪽
책 소개
목차
스파이크 The Spike (1931/04)
교수형 A Hanging (1931/08)
코끼리를 쏘다 Shooting an Elephant (1936/가을)
서점의 추억 Bookshop Memories (1936/11)
스페인의 비밀을 누설한다 Spilling the Spanish Beans (1937/07, 09)
나는 왜 독립노동당에 가입했는가 Why I Joined the Independent Labour Party (1938/06)
마라케시 Marrakech (1939/12)
좌든 우든 나의 조국 My Country Right or Left (1940/가을)
영국, 당신의 영국 England Your England (1940/12)
웰스, 히틀러 그리고 세계국가 Wells, Hitler and the World State (1941/08)
스페인내전을 돌이켜본다 Looking Back on the Spanish War (1942/가을)
시와 마이크 Poetry and the Microphone (1943/가을)
나 좋을 대로 As I Please (1944/01)
민족주의 비망록 Notes on Nationalism (1945/05)
당신과 원자탄 You and the Atom Bomb (1945/10)
과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Science? (1945/10)
문학 예방 The Prevention of Literature (1946/01)
행락지 Pleasure Spots (1946/01)
“물속의 달” “The Moon under Water” (1946/02)
정치와 영어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1946/04)
두꺼비 단상斷想 Some Thoughts on the Common Toad (1946/04)
어느 서평자의 고백 Confessions of a Book Reviewer (1946/05)
나는 왜 쓰는가 Why I Write (1946/여름)
정치 대 문학: 『걸리버 여행기』에 대하여 Politics vs. Literature: An Examination of Gulliver's Travels (1946/09~10)
가난한 자들은 어떻게 죽는가 How the Poor Die (1946/11)
리어, 톨스토이 그리고 어릿광대 Lear, Tolstoy and the Fool (1947/03)
정말, 정말 좋았지 Such, Such Were the Joys (1947/05)
작가와 리바이어던 Writers and Leviathan (1948/03)
간디에 대한 소견 Reflections on Gandhi (1948/가을)
조지 오웰 연보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식사가 끝나자 주방장은 내게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을 버리라고 했다. 음식쓰레기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남은 음식을 부랑자들에게 주지 않고 버리는 건 고의적인 방침인 듯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나는 부랑자 중에 좀 잘난 체하는 사람과 얘기를 나눠보았다. 그는 칼라와 넥타이 차림의 젊은 목수로, 연장 한 벌이 없어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됐다는 이였다. 그는 다른 부랑자들과는 늘 거리를 좀 두었고, 스스로를 떠돌이 막일꾼이라기보다는 자유인에 가까운 사람으로 여겼다. 나는 구빈원 부엌에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 얘기를 해주고 내 생각이 어떤지를 말해주었다. 내 말에 그는 당장 어조가 바뀌었다. 나는 내가 모든 영국 노동자 속에 잠들어 있는 주인 근성을 자극한 걸 알았다. 비록 다른 부랑자들과 함께 굶주려온 처지이지만, 그는 음식을 부랑자에게 주지 않고 버려야 하는 이유를 바로 알았던 것이다. 그는 제법 엄하게 타이르듯 내게 말했다.
“이런 데를 너무 좋게 만들어놓으면 온 나라의 쓰레기들이 다 몰려들게 돼요. 그런 쓰레기들을 떼어놓으려면 음식이 나빠야만 되고요. 여기 이 부랑자들은 너무 게을러서 일을 하려고 안 하지. 다들 그래서 저 꼴이 된 거라니까. 그런 사람들 격려해줄 것 없어요. 다 쓰레기니까.”
나는 이론적으로는 전적으로 버마인들 편이었고, 그들의 압제자인 영국인들을 전적으로 적대시했다. 내가 하고 있던 일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그 어떤 정도보다 지독하게 혐오했다. 내가 알았던 것이라곤, 내가 섬기던 제국에 대한 나의 증오와, 도무지 일을 할 수 없게 만들려던 악독하고 자그만 인간들에 대한 나의 분노 사이에 내가 끼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마음 한편으로 나는 영국의 지배를, 납작 엎드린 민족들의 의지를 영영 억누르는 거역 불가능한 압제라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총검으로 승려들의 배때기를 푹 쑤시는 것보다 이 세상에서 더 기쁠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헌책방에서 일하던 때 주로 느낀 것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었다(일해보지 않으면 매력적인 노신사들이 송아지 가죽으로 장정한 고서들을 마냥 열독하고 있는 천국 같은 곳으로 상상하기 쉽다). 우리 서점은 예외적으로 흥미로운 책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었으나, 손님들 중에 10분의 1이나마 그 진가를 알았을까 싶다. 초판 밝히는 속물들이 문학 애호가들보다 훨씬 흔했고, 싼 교과서 값을 더 깎으려고 하는 동양 학생들이 그보다 더 흔했으며, 막연히 조카 생일 선물이라도 구하러 들르는 여성들이 제일 흔했다.
런던 같은 도시에서는 딱히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정신이상자들이 길에 나다니는 경우가 언제나 많고, 그들은 종종 서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왜냐하면 서점은 돈을 전혀 쓰지 않고도 오랫동안 서성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서점 일을 평생 하고 싶지는 않은 진짜 이유는 그 일을 하는 동안 내가 책에 대한 애정을 잃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