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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술래

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지은이)
  |  
한겨레출판
2014-02-28
  |  
13,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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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술래

책 정보

· 제목 : 내 이름은 술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7895
· 쪽수 : 348쪽

책 소개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재의 첫 장편소설. 우리 삶의 비밀과 기억,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촘촘한 심리 묘사와 탄탄한 서사, 시적인 문장과 간결한 문체로 인정받은 그의 소설 세계는 첫 장편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에필로그

해설| 기적으로 만드는 기척들_김나영
작가의 말

저자소개

김선재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1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실천문학』에 소설을, 2007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얼룩의 탄생』 『목성에서의 하루』, 소설집 『그녀가 보인다』 『누가 뭐래도 하마』, 연작소설집 『어디에도 어디서도』, 장편소설 『내 이름은 술래』 『노라와 모라』, 시소설집 『뜻밖의 의지』(공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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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슬프다. 잃는 건 잊는 것보다 슬픈 일이다. 그게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사실이다. 잃어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가져온 건 지금 나에게 손을 뻗는 아빠, 라는 이름뿐이다. 그가 나를 만진다. 이마에 닿는 그의 손이 축축하다. 축축하고 떨리는 그 손이 홀씨가 붙어 있는 내 눈썹과 볼을 지나 더러운 머리카락과 목과 어깨와 팔과 손을 만진다. 내 몸에서 바람이 분다. 바람이 새로 태어난다. 나는 가볍게 몸을 떤다. 몸을 떨며 그가 내 팔목을 잡고 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헤아리는 걸 본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의 손가락을 세듯, 확인한 것을 다짐받겠다는 듯, 세다가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세는 그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기뻐서, 혹은 믿을 수 없어서. 기쁘고 슬퍼서 아프다. 이제야 기쁘다고, 슬프다고, 아프다고 말할 수 있다. 돌아왔으니까.
그의 곁으로, 우리 집으로, 나는 돌아왔다. 그가 내 이름을 부른다. 다시 부르고 또 부른다. 나는 웃는다. 세상에 하나뿐인 이름이 세상에 하나뿐인 이름을 부른다.


헤어졌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민지 궁금하지만, 더 물을 수가 없다. 처음부터 없던 엄마를 떠올리는 것보다는 있다가 없어진 엄마를 떠올리는 쪽이, 훨씬 더 슬플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영복이의 드러난 발목과 맨 발등의 자잘한 상처들을 바라본다. 그 상처들에도 각각 하나씩 슬픈 기억이 있을 거 같다. 나는 그때 어디에도, 아무거나 편하게 묻고 대답을 구할 수 있는 사이는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어떤 말은 그냥 스스로의 마음에 묻고, 가슴에 간직해야 하는 거다.


밤은, 언제나 거기 있다고 생각했던 사물들을 조금씩 옮겨놓는다. 아무도 모르게 사물들은 조금씩 움직이며 자라고 늙는다. 그 사물들 속에서 아빠는, 자면서 운다. 그 이유를 몰라 나도 밤마다 운다. 우리를 둘러싼 벽이, 문이, 신발장에 걸린 구둣주걱이, 천장의 얼룩이 조금씩 늙어가며 같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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