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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37792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눈을 감은 사람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다시 만난 세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있는 것과 없는 것
말할 수 없는 마음
노라
모라
혼자서 하나가 되는 법 …… 김숨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곤륜산에서만 자란다는 돌배나무의 라?. 그게 내 이름이다. 노魯가 성을 쓰는 덕분에 나는 그냥 노라, 띄어 써도 노 라, 다. 엄마는 자신의 임신중독으로 내 위의 아이를 태중에서 잃었다고 했다. 나에게 손수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아들을 잃고 딸을 얻은 아버지였다. (……) 내 이름은 라, 이지만 나는 누구에게나 노라로 불린다. 그게 노魯가인 아버지의 의도였을 지도 모르겠다.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쉽게. 어쩌면 아버지가 바란 건 쉽게, 또 쉽게 사는 거였던 거 같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버지는 알았을까.
―「눈을 감은 사람」에서
어쩜. 이름도 딱이네. 누가 보면 정말 친자맨 줄 알겠어.
모라를 처음 만난 날, 엄마는 나란히 앉은 우리를 향해 입을 가리고 호호 웃으며 말했다. (……) 엄마는 나를 외면했고 가지런한 그물이라는 이름을 쓰는 아이는 나를 보고 자주 웃었다. 미간을 찡그리고 잇몸을 드러내서 우는 건지 웃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그런 웃음이었다. 같이 웃어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웃는 법을 몰랐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에서
사실 계부가 죽었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내가 전날의 통화에서 그 사실에 대해 캐묻지 않았던 건 관심이 없어서였다기보다 통화로 주고받을 사연이 아닐 거라는 짐작 때문이었다. 모라는 분명 계부의 죽음을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것처럼 말했다. 돌아가셨어, 가 아니라 돌아가셨대, 였던 걸 다시 기억해 낸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나는 앞서 걸어가는 모라의 가파른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다시 만난 세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