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84372443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5-04-22
책 소개
목차
1.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것일까? / 9
2. 인생의 덫은 모두 우리 스스로 놓은 것일까? / 33
3.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 81
4. 비극은 우리가 살아 있는 대가인가? / 117
5. 영혼은 신의 손에 있을까, 길거리에 있을까? / 157
6. 왜‘용서’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 213
7. 중년에 스케이트를 배우는 것은‘균형’의 적절한 은유가 될 수 있을까? / 261
옮긴이의 말 / 302
리뷰
책속에서
스키가 나아가는 길을 빼면 내 눈앞에서 보이는 건 없었고, 방향감각도 알 수 없었다. 잠시 멈춰 서 목을 길게 빼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눈밖에 없었다. 다시 출발하려 했지만 눈이 시야를 가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나는 폴을 눈 속에 깊이 찌르고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눈이 내 몸을 휘감았고, 깊이 숨죽인 세상은 적막하고 고요했다. 며칠, 아니 몇 달, 아니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점점 더 긴장을 더해 가는 삶에서 마주친 적 없는 낯선 감정에 굴복했다. 나는 작가로서의 성공과는 무관하게 잠시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온통 눈으로 덮인 적막강산에 서 있는 동안 그때까지 내 삶을 좀먹고 있던 모든 괴로움이 사라졌다. 인생은 근원적으로 부조리하다는 생각과 내 자신, 혹은 주변사람들 때문에 느껴야 했던 불안감이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자취를 감춘 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세상이 온통 낙천적으로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이 특별한 ‘지금 여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이 장소, 이 시간, 이 순수한 마법의 경이 속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는 비로소 삶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다른 모두의 삶과 마찬가지로 나의 삶 역시 정답이 없는 질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하기에 내 삶은 더욱 경이롭고 흥미롭고 신비로울 수 있다.
우리는 ‘진실은 ~(이)다’라는 표현을 흔히 쓰지만 진실은 자연의 인과법칙을 제외한 다른 상황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다른 해석이 존재할 뿐이다.
‘삶은 뒤로 돌아갈 수 없으며, 지나간 뒤에야 삶을 이해할 수 있다.’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양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다양성이란 단순한 인정이나 타협을 뜻하는 게 아니다. 삶이란 정답 없는 심오한 의문과 끊임없이 조우하는 일이다. 삶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하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이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인생은 왜 끊임없이 불공평한가? 인생을 이루는 근원적이면서도 영원한 요소인 괴로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인류가 자구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인간과 함께해 왔다.
사람은 각자 지문이 다르듯 행복을 느끼는 의미와 조건 역시 다르다. 우리는 배우자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 매사 상대를 비난하고 탓하는 성격을 가진 배우자라면 상대를 불행에 빠뜨리는 사람이다. 부부간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사사건건 음해를 일삼는 행위는 가장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할 배우자를 지옥에 빠뜨리는 일이다. 배우자에게 끊임없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계속 그 옆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등을 돌리고 떠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배우자가 사사건건 생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 갈라서는 게 낫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모든 부당함에 대해 스스로 인내하며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자위하거나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될 거라 기대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생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 상황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부당한 현실에 순응할지 거부할지 결정해야 할 몫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