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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84373235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7-07-20
책 소개
목차
1부 말을 사랑한 남자
2부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리뷰
책속에서
위스망스는 절대로 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까닭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케이블카 승강대 위, 그러니까 도르래와 로프 사이에 마치 거대한 나비처럼 생긴 뭔가가 매달려 있었다. 주변의 하얀 눈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음침하고 불길한 나비 형상이었다.
빌어먹을! 저게 뭐야?”
케이블카가 속도를 늦추는 동안 불길한 나비 형상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세상에!”
나비도 야생독수리도 아니었다.
마침내 케이블카가 멈춰 섰고, 자동문이 열렸다.
눈보라가 섞인 차가운 돌풍이 정비공들의 얼굴을 때렸지만 아무도 내려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평생 잊지 못할 광기어린 작품을 넋을 잃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 복도 끝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죠? 저들은 당신이 가끔 악몽을 꿀 때 등장하는 괴물보다 훨씬 더 끔찍한 환자들입니다. 복수의 신 네메시스의 자식들이죠. 신을 죽인 인간들이 악이 규범화된 사회를 만드는 바람에 반대급부로 나타나게 된 악마들 말입니다.”
크자비에 박사의 마지막 말은 과장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안은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그의 말을 듣는 동안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크자비에 박사 역시 치료감호소 환자들을 두려워하는 게 분명했다. 그들이 매일 밤 악몽에 등장하고,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울부짖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올지도 모른다. 염색이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은 크자비에 박사의 머리카락을 보노라니 《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마스 만의 중편 소설로, 주인공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는 50대의 작가로 우연히 만난 미소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 옮긴이)》에 나오는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가 떠올랐다. 그는 바닷가에서 만난 청년의 마음을 얻고 다가오는 죽음을 부정하기 위해 머리카락과 눈썹, 콧수염을 염색했다. 물론 크자비에 박사가 어떤 의도로 머리카락을 염색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저는 법심리학 관련 경력이 있어요. 3년 동안 백 명이 넘는 성범죄자들을 만나 상담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살인자는?”
“살인자도 한 명 만나봤어요.”
크자비에 박사가 그것보라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나서 빨간색 안경을 코 위로 내리더니 그녀가 제출한 서류를 눈으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정신분석에 기반을 둔 접근, 그러니까 인성의 심층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선호하죠. 죄의식이나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기대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에게 정신분석학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을 적용할 경우 반드시 실패한다고 봅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에게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바로 ‘조련’이죠.”
‘조련’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크자비에 박사의 목소리가 마치 빙벽을 뚫고 흐르는 차갑고 가느다란 물줄기 같았다.
“우리는 적합한 보상과 제재를 동시에 가하는 방식을 통해 환자들 스스로 치료에 대한 책임을 갖게 만들고, 결국 제어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게 됩니다. 사법당국이나 정신병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환자들의 위험성에 대한 정신감정도 실시하죠.”
“정신감정이 별 효력이 없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되지 않았나요? 위험성 평가의 50퍼센트 정도가 오류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