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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84374065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20-07-23
목차
목요일
금요일
에필 로그
역자 후기
책속에서
왠지 모를 음산한 흥분감이 밀려왔다. 그건 어떤 익숙지 않은 일이 일상을 뒤흔들 때 느끼는 감정으로, 올리버는 이 나이에 이르러 처음 그런 감정을 맛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풀장을 중심으로 정원을 훑었다. 정원 끝자락은 마르삭 숲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그 너머 2,700헥타르에 달하는 나무와 오솔길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쪽으로는 벽도 철책도 없었고, 빼곡하게 열 지은 나무와 덤불들이 자연스러운 담장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비교적 최근 축조한 방갈로가 풀장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올리버는 다시 풀장으로 주의를 돌렸다. 폭우로 인해 수면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보이는 저것은… 수면에서 인형 여러 개가 연신 기우뚱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 틀림없는 인형들인데…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소용없었다. 그걸 보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인형들이 서로 부딪치며 춤추는 가운데, 빗방울 통통 튀는 수면 위로 희부연 인형 옷자락이 넘실대고 있었다.
-1권
아직도 물방울이 떨어지는 걸 보면, 수도꼭지를 완전히 잠그지 않은 모양이었다. 물방울이 수면을 때릴 때마다 조용한 방 안에 을씨년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해하기 전 먼저 구타를 한 듯했다. 세르바즈는 손을 욕조에 담가 머리를 물 밖으로 꺼내보고 싶었다. 긴 갈색머리를 헤집고 후두골과 두정골을 - 해골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뼈 중 두 개 - 직접 만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건 법의학자가 할 일이니까.
손전등 불빛이 수면에서 반사되고 있었다. 손전등을 끄자 단 하나의 광원만 남았다. 그 불빛이 물을 반짝거리게 하고 있었다.
세르바즈는 눈을 감고 셋까지 센 다음 다시 떴다. 빛의 진원지는 엄밀히 말해 욕조 안이 아니라 죽은 여자의 입 속이었다. 아주 작은 전등인데, 지름이 2센티미터를 넘지 않았다. 그게 여자의 목구멍 깊숙이 박혀있었다. 그 끄트머리만 중인두와 목젖을 지나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구개와 혀, 잇몸 그리고 치아를 비추고, 밖으로 새어나온 빛은 주위 물속을 회절하고 있었다. 마치 인체로 만든 전등 같았다.
-1권
“정신이 들었을 때 오디오세트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무슨 특별한 음악이었나?”
“그게…….” 소년이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제가 그 집에 있을 때 클레르는 종종 음악을 틀어놓곤 했는데 그런 음악은 처음이어서…….”
“어떤 음악이었는데?”
“고전음악이었어요.”
세르바즈는 위고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고전음악이라면? 등골을 따라 기어오르는 소름이 느껴졌다.
“그녀가 평소에 듣지 않는 음악이었나?”
위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제가 아는 한 그래요. 그녀는 재즈 아니면 록을 들었거든요. 심지어 힙합까지도. 그날 저녁 이전에는 다른 음악을 들은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정신이 들자마자 순간적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나요. 어딘가 모르게 음울한 음악소리가 들려오는데, 집은 인기척 없이 휑하더군요. 정말이지 평상시와는 달랐어요.”
어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세르바즈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희미하고, 넓게 퍼져나가는 무엇.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