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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84373242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7-07-20
책 소개
목차
에필로그
일러두는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이번 수사 같은 경우는 난생처음 경험해요. 처음에는 말이 죽었고, 그 다음에는 약사인 쥘이 죽었어요. 두 사건의 단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사건 현장에서 연쇄살인범의 DNA가 발견되었다는 거예요. 아이들 자살사건도 두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고요. 그야말로 악몽이에요.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숨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 일이 아예 없었던 일이 되어버릴 것 같기도 해요.”
“이제 곧 실마리가 잡힐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세르바즈 경감이 단호하게 말하고 나서 뚜벅뚜벅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자살한 아이들 중에서 정말 아무도 유서를 남기지 않았나요?”
세르바즈 경감이 대답 대신 물었다.
“유서를 남긴 아이는 없었지만 자살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겠죠. 아마도 목숨을 끊은 아이들 모두가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을까요? 천만에요. 아이들이 그처럼 모호한 이유로 목숨을 끊을 리 없잖습니까?”
가스파르가 세르바즈 경감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쩌면 쥘 그림, 세르주 페로, 롤랑 샤프롱 그리고 질베르 무렝스에 대해 떠돌던 소문을 알고 있었을까?
“자살 직전 알리스의 태도가 이전과 달랐나요?”
가스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비해 웃음이 적어지고, 쉽게 화를 내고,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 부부는 딸의 태도가 달라진 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지극히 사소한 변화들이었기 때문이죠. 그 무렵 어느 날 알리스가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하더군요. 이전에는 뭐든 우리 부부와 상의해 결정했는데 그때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다시피 했어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세르바즈 경감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마르고의 뺨에 난 멍 자국과 관련해 알렉상드라와 통화한 내용이 떠올랐다.
“알리스의 변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기억하십니까?”
자스파르가 대답할지 말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그가 정확한 시기를 알면서도 말하려 하지 않는 듯했다.
“아마 목숨을 끊기 몇 달 전부터였을 겁니다. 아내는 사춘기라서 그렇다고 했죠.”
“당신도 사춘기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까?”
가스파르가 다시 한 번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뇨.”
가스파르기 단호한 목소리로 부정했다.
수첩을 뒤지는 동안 특별히 눈에 띄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들은 한 명씩 번갈아 했다.’
세르바즈 경감은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리는 듯했고, 더 이상 글을 읽어나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몇 시간 눈을 붙이고 나서 일어나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일기를 다 읽어본 결과 알리스가 네 사람에게 당한 건 한 번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룻밤이었다. 그날 밤, 알리스 혼자만 당한 게 아니었다. 그해 여름, 4인조는 이자르 여름학교에 여섯 번이나 왔다.
알리스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까? 다른 아이들도 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당하기만 했을까?
알리스가 일기장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하계 캠프 기간 중에 한 아이가 골짜기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진 듯했다.
그들이 발설하면 그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인 걸까? 아이들에 대한 경고였을까? 그 일 이후, 아이들이 입을 꾹 다문 걸까?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이들의 입을 닫게 했을까? 혹은 수치심 때문이었을까? 어른들에게 말을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며 절망했기 때문일까?
그 당시만 해도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드문 일에 속했다.



















